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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부서도 '가자지구 굶주림 위험수위' 결론"

윤창현 기자

입력 : 2025.05.14 16:45|수정 : 2025.05.14 16:45


▲ 따뜻하게 조리된 밥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

가자지구에 기근 위기는 없다고 일축해 온 이스라엘이 내부적으로는 가자 주민들이 몇 주 안에 광범위한 기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13일 이스라엘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 일부 장교들이 가자지구의 굶주림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감시해 온 이들 장교는 최근 지휘관들에게 식량 봉쇄가 몇 주 안에 해제되지 않으면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일일 최소 영양 필요량도 섭취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장교들은 인도적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아 예방을 위한 물자 공급 시스템이 즉각적으로 가동될 필요가 있다고도 보고했습니다.

이에 군 지도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구호품 반입을 재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의 휴전 1단계가 협상 성과 없이 끝나 전쟁이 재개된 3월 초부터 2개월이 넘도록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 중입니다.

군 당국자들의 이런 분석은 구호물자 반입 봉쇄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간극이 있는 것으로, 안보 기관 일각에서는 유엔 및 구호기관의 앞선 경고와 동일한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는 가자지구에 기근이 임박했다면서 이스라엘이 군사적 공세를 계속 확대할 경우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가 식량, 물, 피난처, 의약품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 주민을 돕겠다면서 '인도주의 재단'이라는 신생 법인을 설립해 가자지구에 구호물자 배포 센터 4곳을 만들고 약 120만 명이 쓸 수 있는 분량의 식량·물·위생키트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배급 시설을 4개로 축소한 것은 하마스가 구호물자를 탈취하거나 빼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는 동참을 거부했습니다.

유엔은 400개에 달하는 배급 지점을 대폭 축소할 경우 민간인들이 이스라엘 군 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해 구금·심문 위험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하마스가 아니라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이 전달되도록 하는 엄격한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우리의 현장 접근을 불허함으로써 민간인들의 생명보다 가자지구에서 사람들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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