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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져 답답해" 무심코 뜯었다 결국…징역까지 가능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5.14 06:05|수정 : 2025.05.14 08:42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현수막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선거용 현수막·벽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 홍보물을 훼손하거나 철거하면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1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현수막·벽보 훼손한 혐의로 송치된 이들은 850명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선거사범 총 2천614명 가운데 32.5%를 차지했습니다.

선거사범 10명 중 3명 이상은 현수막·벽보를 훼손한 혐의를 받은 셈입니다.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현수막·벽보 훼손 혐의로 총 305명이 송치된 바 있습니다.

현수막과 벽보를 훼손한 이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시야가 가려져 답답하다거나,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를 내세운 경우입니다.

지난해 8월 인천지법에서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걸린 총선 후보자의 현수막을 여러 차례 찢고, 포스터 형태의 홍보물을 손으로 뜯은 혐의로 기소된 60대 A 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는 "건물 1층 출입문에 붙어있는 선거 포스터로 인해 내부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 나서 현수막을 훼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공직선거와 관련한 선전물을 훼손하는 행위는 선거의 알 권리와 공정성을 해치는 범행"이라며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정치적 의도가 없던 점,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 등이 양형에 참작됐습니다.

영업에 방해되더라도 선거 홍보물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2022년 2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경기 남양주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B 씨는 대선 후보의 현수막을 떼어낸 혐의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B 씨는 현수막이 가게 간판을 가려 매출이 준다고 판단해 이를 떼어냈습니다.

재판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거나 선거운동을 방해할 목적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공정한 선거운동, 선거 관리 효율성을 저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부산 서구에서도 금융기관 지점장인 50대 C 씨가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직원을 시켜 현수막을 커터칼로 끊어 철거했다가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혐의가 인정되면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됩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로 선거 벽보를 훼손한 중학생 D(당시 13세)군도 소년부에 송치된 바 있습니다.

D군은 경찰 조사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걸어가다 자랑삼아 벽보를 훼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재범의 우려가 적다고 판단해 법원에 '불처분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해 4월 총선 선거 운동 당시 인천 서구에서도 난간에 붙은 후보자의 선거 벽보를 우산으로 찔러 훼손한 중학생 F(당시 14세)군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습니다.

선거 홍보물을 소장하고 싶어도 이를 임의로 떼어내면 안 됩니다.

2022년 8월 청주지법에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담벼락에 부착된 후보의 선거 벽보를 떼어낸 40대 G 씨가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선거 벽보 5장을 추가로 떼어내 집으로 가져간 G 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보의 벽보를 소장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법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나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G 씨에게 벌금 50만 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후보자를 응원하는 낙서를 남겨도 유죄가 인정됩니다.

2022년 춘천지법은 제20대 대선 당시 특정 후보자의 현수막에 별표를 그려 넣은 60대 H 씨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H 씨 변호인 측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고, 특정 후보와 '같은 집안'이라고 말하는 등 다른 사고를 하는 만큼 벌금형을 최소화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재판부는 H 씨에게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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