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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방청석 눈물바다…"저는 이 세상 없을 텐데" 절규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5.13 13:29|수정 : 2025.05.13 14:20


"딸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숨이 막힙니다."

오늘(13일)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천 살인' 첫 공판에서 피해자의 부친 이 모 씨는 증인석에 앉아 사무친 슬픔과 분노를 어렵게 꺼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준비해 온 글을 한 자 한 자 읽어나갔습니다.

목소리는 떨렸고 방청석은 이내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딸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 얼굴, 그 손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 씨는 "사건 당시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함에 죄책감이 끊임없이 밀려온다"며 "죽어서 딸을 만나고 싶지만, 남은 가족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울먹였습니다.

이어 "가해자가 몇 년 형을 받고 언젠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그때 저는 이 세상에 없을 텐데 어떻게 하느냐"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처음 보는 여성 살해한 이지현 (사진=충남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이지현은 지난 3월 2일 오후 9시 45분쯤 충남 서천군 사곡리 한 인도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40대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지현이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보고, 이후 대출이 거부되자 극심한 신변 비관에 빠지면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건 한 달 전부터 '다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메모를 남겼고, 흉기를 미리 준비해 사건 장소를 여러 차례 배회하며 대상을 물색한 점 등을 들어 계획범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지현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심신 미약'을 이유로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앞서 충남경찰청은 지난 3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지현의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범행이란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향후 공판 절차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진=충남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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