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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환자를 숨지게 하는 '간병 살인' 실태, 연속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이런 사건 대부분은 아픈 가족을 돌보기 시작한 1년 이내에 많이 발생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는 뭐고,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권지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치매 남편을 돌보는 아내들이 모여 서로 위로하는 모임을 찾아갔습니다.
이들은 모두 간병 5년 차에서 9년 차, 지금은 힘겨워도 버틸만하다고 느끼지만,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현옥이 (70세)/간병 7년 차 : 막막해요. 그냥 막 나도 죽고 싶고, 잠도 안 오고 같이 뜬눈으로 밤도 새고 울기도 같이 울고….]
[신정순 (51세)/간병 5년 차 : 처음에는 지금 말해도 발이 동동동 굴러진다, '나 이거 어떻게 하냐'고 하면서….]
17년 치 간병 살인 사건 판결문 228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간병 초기가 가족의 위기임이 드러납니다.
간병 살인의 가해자는 평균 2년 4개월 간병한 걸로 나타났는데, 간병 시작 1년 이내 범행이 78%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간병 살인의 76%는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독박 간병' 중 일어났는데 범행 동기를 보면, 간병 생활에 지쳐 더는 못하겠다는 처지 비관, 즉 '돌봄 효능감 저하'가 53%로 가장 많았고, 환자의 음식 거부, 이상 행동 등에 따른 간병 스트레스가 24%, 피해자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인 경우가 10%로 조사됐습니다.
[김성희/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실장 (보고서 저자) : 버틸 수 없는 상황에서 간병 살인이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버틸 수 없는 구조 속에 던져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간병 1년 이내, 독박 간병 중에 범행이 발생하는 경우가 높은 걸 감안하면, 맞춤형 초기 개입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네비게이터(안내자)가 병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니까 그럴 때 필요한 자원은 어디서 받을 수 있고, 그다음에 어느 정도 진전됐을 때 이제 더 이상 케어는 어렵다는 식의 안내가 필요한 거죠.]
환자 가족들이 '독박 간병'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재가 돌봄 지원을 활성화하는 것도 간병의 무게를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배문산·신동환,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