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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콘클라베, 영화 같은 정치나 야합 없어…아름다워"

한소희 기자

입력 : 2025.05.10 02:58|수정 : 2025.05.10 02:58


▲ 유흥식 추기경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은 교황 선출 다음 날인 현지시간 9일 바티칸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레오 14세 교황과의 인연,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는 2023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부임했다. 내가 주교부 위원이라 최소 한 달에 2번 이상 회의를 통해 만난다"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 시절에 네 차례(2002년, 2005년, 2008년, 2010년) 한국을 방문했다"며 "그 당시 경험에 대해 말하면서 '좋았다'고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교부는 전 세계 주교 선출 등의 인사를 총괄하는 부서입니다.

유 추기경이 이끄는 성직자부는 전 세계 성직자와 부제, 신학생을 담당합니다.

두 부서 간 협력할 일이 많아 레오 14세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는 것이 유 추기경의 설명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1일 선종하면서 교황청 모든 부서의 장관 직무는 종료됐습니다.

새 교황은 기존 장관들을 재신임하거나 일부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재신임하면 다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며 "주요 업무 보고 자리에서 새 교황에게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등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인 추기경으로는 1978년 10월 이후 약 47년 만에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 추기경은 비밀 엄수 서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상세하게 콘클라베 참여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영화 '콘클라베'에서는 교황 선출 과정이 대단한 투쟁처럼 묘사되고 정치적 야합이 이뤄지는 것처럼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굉장히 형제적이고 친교적이고 아름다웠다"며 "콘클라베에 참가한 유일한 한국 성직자로서 이를 솔직하게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콘클라베는 이틀째, 4차 투표에 새 교황을 선출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투표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첫 투표부터 마지막 투표까지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추기경들은 회의를 통해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문제와 어려움을 얘기했다"며 "'누구를 뽑자'는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지만 추기경 저마다 마음 속에는 어떤 사람이 됐다면 한다는 생각을 품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첫 투표에서 몇 분이 두드러지게 표를 얻었고, 두 번째 투표에서 더 좁혀지고, 세 번째 투표에서 확실히 더 좁혀졌다"며 "네 번째 투표에서는 (레오 14세 쪽으로) 표가 확 쏠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교황 선출에 필요한) 89표를 넘길 걸로 확인되자마자 모두가 일어나 박수치고 야단이 났다"며 "영화 '콘클라베'에서처럼 외부에서 흔히 상상하는 정치나 야합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개혁과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중도 성향이라는 언론의 분석에 대해서는 그러한 구분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나 낙태 문제 등에 대해 행위보다는 인간 존중의 관점에 접근했다"며 "인간 존중이야말로 개혁과 보수라는 이분법을 뛰어넘는 핵심 가치"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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