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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층 아파트에 금이 '쫙'…"17시간에 한 층 지었다"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입력 : 2025.05.09 02:08|수정 : 2025.05.09 09:02

[한반도 포커스] "17시간에 아파트 한 층을"…헷갈리는 김정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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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에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미래과학자거리인데요.

이곳에 있는 고층 아파트에 균열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 RFA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높은 53층 아파트가 구석구석 벽에 금이 가고 벽체 미장과 타일이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아파트가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겁니다.

고층 아파트에 균열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겠습니다만, 미래과학자거리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드리면요.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5년에 준공이 됐습니다.

대규모 과학자 주택 단지를 만들겠다며 건설한 곳인데,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서 굉장히 빠른 기간 내에 건설이 진행됐습니다.

[조선중앙TV (2015년 11월) : 특색 있는 과학자거리를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보란 듯이 일떠세운 데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포함된 주택 단지 건설에 1년밖에 걸리지 않은 건데요.

북한에서 이런 식의 속도전 건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6월 평양 만수대지구에 45층 높이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됐는데, 공사에 1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TV (2012년 6월) : 17시간에 (아파트의) 한 층을 떠올리는 놀라운 기적을 창조했습니다.]

2013년 말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도 속도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 2013년 12월) : 남들 같으면 10년이 걸려도 해내지 못할 방대한 공사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는 이렇게 속도가 강조되다 보니까 부실 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실제로 2014년 5월에 평양 평천구역에서 23층 아파트가 붕괴돼서 수백 명이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이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 간부가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사진까지 나오면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평양 시민 (2014년 5월) : 인민 이익을 절대시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실공사 양산하는 속도전의 부작용 김정은도 모를 리는 없겠죠.

그래서 김정은도 가끔씩은 건축물의 질이 중요하다 이렇게 강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언급을 보면요.

공사 속도와 건축물의 질 가운데 어떤 걸 우선해야 할지 김정은 자신도 좀 헷갈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8월 31일날 김정은은 지방 발전사업 협의회를 주재하고,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현장을 시찰했는데요.

당시 김정은의 언급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9월 2일 보도) : 건설에서 기본은 질이며 속도일면에 치우쳐 질을 경시하는 요소는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 당의 지방건설정책에 저해를 주는 해독행위로 된다는 확고한 인식이.]

이 말을 보면 공사 속도보다는 건축물의 질을 우선해라 이런 뜻으로 들리죠.

그런데 같은 날 나온 김정은의 다른 언급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지난해 9월 2일 보도) :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어도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을 무조건 당해년도에 완공하여.]

이 말로 보면 역시 빨리빨리 해서 속도전으로 건설하라 이런 쪽에 또 중점이 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빨리빨리 건설해라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질을 보장해라 이런 모순적인 지시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건데요.

김정은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 때 평양에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매년 1만 세대씩 살림집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연간 계획으로 매년 1만 채씩 찍어내고 있는 집들이 과연 안전하게 지어지고 있을지 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영상취재 : 강시우,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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