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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최상목 사퇴 설명 곤혹…환율 방향 예단 어려워"

정준호 기자

입력 : 2025.05.06 15:40|수정 : 2025.05.06 17:21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지 시간 5일 오전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대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5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에 대해 "예전에 일할 때는 하루에 한두 번씩 통화하고 식사도 했다"며 "최 전 부총리가 여기서 만날 분들이 많은데 못 오니까 이번 출국 전에도 잠깐 만나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최 전 부총리 사퇴는 말릴 시간도 없이 결정된 것"이라며 "왜 말리지 않았냐고 굳이 묻는다면 탄핵 후 직무 정지와 사퇴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었겠나 싶다"고 했습니다.

'경제 사령탑 공백'과 관련해선, "바깥에서 볼 때는 선진국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해명해야 해서 곤혹스러운 한 주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미 통상 협의는 국익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는 게 남은 사람의 임무"라며 "같이 고생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가게 되니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F4 회의 지속 여부는 새로 오는 기재부 장관이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외 불확실성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양쪽 다 대응하다 보니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총재는 정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나 정부 지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내 불확실성이라도 빨리 가라앉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외 신인도 영향과 관련, "우리는 정치적으로 이래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깥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유심히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는 "성장률이 낮아진 것을 전부 다 추경으로 메꾸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환자가 힘들어한다고 내일, 모레 생각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부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에 대해선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내려올 만큼 다) 내려온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변동성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미국이 개별 국가들 만나면서 환율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알려진 게 하나고, 두 번째는 미중 간 협상 타결 확률이 높아졌구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어느 순간 확 바뀌면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며 "환율 변동이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의 환율 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이 진짜 원하는 게 강달러냐 약달러냐 그걸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양국이 원화 가치 절상에 합의할 경우 정책 수단을 두고는 "환율은 우리가 외환 보유액을 갖고 장기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툴(수단)을 얘기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통화 정책 방향에 관해선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여러 지표를 볼 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야 할 가능성이 크고 기준금리를 낮출 이유가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금리 인하 횟수는 성장률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데이터 중에 이번 연휴에 소비가 얼마나 늘지가 최대 관심사이고, 정치 불확실성 속에 투자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도 관심"이라고 거론했습니다.

대선 직전 열릴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일정에 관해선 "선거를 고려하지 말고,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자고 금통위원들과 얘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총재는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밀라노를 방문했습니다.

오는 10∼12일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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