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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글 '지도 반출' 허용할까…네카오 긴장

하정연 기자

입력 : 2025.05.04 10:15|수정 : 2025.05.04 12:00


▲ 구글

구글이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한 지 석 달째에 접어들었습니다.

4일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5일 박상우 장관 주재로 관련 회의를 열고 5천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한 1차 결론을 내릴 전망입니다.

구글은 앞서 구글지도 기능 보완을 위해 2007년과 2016년에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구했으나, 정부에서는 두 차례 모두 안보 우려를 이유로 불허한 바 있습니다.

구글은 현재 2만 5천대 1 축적의 공개 지도 데이터에 항공사진, 위성사진 등을 결합해 한국 지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지도 서비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국내에 서버를 두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라고 제시했지만,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엔 정부가 달라진 통상 환경 등을 감안해 구글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 관세 전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주요한 비관세 장벽으로 공개 지목된 정밀지도 반출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에서 전향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 한덕수 전 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정밀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전향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국정을 총괄해 온 총리실에서 이미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에 대해선 허가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 역시 일찌감치 흘러나왔습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간 특수한 안보 환경을 이유로 정부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시장 지위를 누려왔다면 이번엔 한국 시장을 놓고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성남 사옥 (사진=연합뉴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지도·내비게이션 부문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네이버 지도가 2천704만 7천733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티맵(1천464만 6천727명), 카카오맵(1천171만 2천58명) 등 순입니다.

구글지도 MAU는 911만 162명으로 4위에 머물렀습니다.

절대적 수치 자체도 네이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 압도적으로 글로벌 1위인 구글지도의 위상을 생각하면 한참 차이 나는 구도인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확보해 한국 지도 서비스에서 본격적 경쟁에 나설 경우 당장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됩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전방위 플랫폼 사업자로서 지도 서비스를 통해 다른 서비스로 유입되는 이용자 비율이 높아 이번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돕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직접 지도 문제를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글지도 문제는 업계 내부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지도를 통해 유입되는 이용자들이 상당한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네이버는 그간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된 외국어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비 로컬'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선제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캠페인은 명동, 성수, 이태원, 한남 등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 지역에 이른바 '핫 플레이스'를 소개하고 제휴사와 협업해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합니다.

카카오는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맵은 최근 서울역 등 전국 54개 기차역을 대상으로 실내지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주요 거점 시설에서 내부까지 파고드는 서비스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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