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서 인기 없는 중도좌파 집권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반감에 힘입어 지지율 급반등에 성공, 재집권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을 앞세워 보수 야당을 이끈 지도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마저 패배해 의원직까지 상실했습니다.
닷새 전 캐나다에서 현실화한 이 이야기는 현지시간 오늘(3일) 열린 호주 총선에서도 판박이처럼 재연됐습니다.
호주 공영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오늘 개표가 약 63% 진행된 가운데 앤서니 앨버니지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은 하원 150석 중 85석에서 선두를 달려 과반인 76석 확보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보수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41석에서 1위를 하는 데 그쳐 패배가 확실시됩니다.
노동당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자유당·국민당 연합에 지지율이 꾸준히 뒤처졌으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를 뒤집어 극적인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도 이와 거의 같은 흐름이 연출됐습니다.
연초까지 야당 보수당에 지지율에서 20%포인트 이상 크게 밀렸던 집권 자유당은 약 넉 달 여 만에 대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총선에서 자유당은 과반에 3석 모자라는 169석을 차지해 승리한 반면, 보수당은 144석을 얻는 데 그쳐 참패했습니다.
차기 총리를 바라보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20년간 지켜온 오타와주 칼턴 자신의 지역구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패배해 의원직마저 잃었습니다.
호주에서도 자유당·국민당 연합을 이끈 피터 더튼 자유당 대표가 북동부 퀸즐랜드주 딕슨 지역구에서 노동당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줬습니다.
영어권 5개국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소속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양국에서 이 같은 정치적 이변을 일으킨 원동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때리기'라고 외신들은 지적했습니다.
올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돼라"고 모욕했고, 25%의 고율 관세 부과 위협을 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조롱하는 언행을 되풀이하자 캐나다에서 반(反)트럼프 여론이 끓어올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무역적자 국가인 호주에 대해서도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0% 상호관세도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른 양국 유권자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트럼프 따라하기'에 주력해온 양국 보수 야당을 향했습니다.
캐나다 보수당과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반대, 이민 반대 등 트럼프 행정부와 유사한 정책을 내세워왔습니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캐나다 우선'(Canada First) 슬로건과 포퓰리즘적 화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켰습니다.
더튼 대표도 미국식 정부효율부(DOGE) 도입을 통한 공공부문 인력 감축 같은 트럼프식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 여론이 반트럼프로 쏠리자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혔습니다.
오늘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처음에는 캐나다, 이제는 호주다. '트럼프 팩터'가 (캐나다에 이어) 또 다른 세계 지도자(앨버니지 총리)를 선거에서 띄워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반트럼프 여론으로 호주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총선에서 패배하고 더튼 대표가 의원직마저 상실함에 따라 닷새 전 캐나다 보수당이 처한 운명을 되풀이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미국 담당 에디터인 에드워드 루스는 최근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호주 경제에 해가 되는 조치를 취할 때 그를 따라 해온 보수 야당 대표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쉽게 부정할 수 없었다면서 "둘 다 남(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동물 우리에 자신을 가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