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조세린 교수는 가야금 산조를 '평생의 음악'으로 삼은 미국인입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병창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음악 인류학, 동양학, 한국 고전문학까지 가르치는 학자이며, 최초의 외국인 무형유산 이수자(가야금 산조)이기도 합니다. 조세린 교수는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현실을 전하며 한국인들이 뿌리를 잊어가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한국에서 '음악'의 자리는 서양음악이 차지하고, 국악은 곁가지로 밀려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는데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미국인 교수로부터 듣는 전통과 뿌리에 관한 이야기, 놓치지 마세요.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62회 조세린 편 풀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사실은 가야금 산조 얘기 많이 들었지만 뭔지 정확히 모르는 한국 사람들도 많거든요.
조세린 교수 : 대부분 그럴 거예요. 우리 학생들은 '산조' 단어도 들어본 적이 없고 가야금도 직접 본 적이 없고 그래요. 너무, 특히 어른들보다 애들에게서 너무 멀리 간 것 같아요. 우리 시대...(김수현 기자) 비슷하죠? 여기(류이라 아나운서)는 아니고(웃음).
류이라 아나운서 : 비슷해요. 저 90년대에 있었어요.
조세린 교수 : 90년대에 있었어요? 아기 때?
류이라 아나운서 : 아니었어요. 중학생이었어요, 그때(웃음).
조세린 교수 : 아무튼 우리가 인터넷 시대 전의 사람들이, 휴대폰 전의 사람들이. 음반을 사야, 라이브 봐야 하고. 디지털 시대 아니었어요. 내가 놀랐어요. 요즘 애들은 소리가 악기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몰라요.
류이라 아나운서 : 실물로 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이렇게 접하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조세린 교수 : 네. 그래서 놀랐어요. 악기 소리, 악기가 너무 신기해요, 애들한테. 디지털 소리밖에 몰라요. 점점 '나무로 만들었다', '실로 만들었다', '자연하고의 관계' 등이 없어지는 거예요. 산도 안 올라가고 집에서 이것만 하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아쉽다고 생각해요. 나쁘다는 아니고, 그래도.
김수현 기자 : 너무 빨리 변해서, 진짜.
류이라 아나운서 : 지금 배재대에서 동양학을 가르치고 계신데 자세히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계신가요?
조세린 교수 : 지금 배재대학교에서 39가지 다른 과목을 가르쳤어요.
김수현 기자 : 지금까지 가르치신 과목이요? 우와.
조세린 교수 : 과가 없어지고 없어지고 없어지고... 지방 대학교 다 힘들어요.
김수현 기자 : 지금은 그럼 무슨 과예요?
조세린 교수 : 지금은 교양, 그래서 수업 다 커요. 크고 학생들이 많고.
김수현 기자 : 아, 교양수업.
류이라 아나운서 : 통합 같은 교양수업이 됐군요.
조세린 교수 : 동양학 가르치니까 중국, 일본, 한국 중심으로 동양의 미학, 동양의 종교, 동양의 20세기 역사, 음악, 인류학, 그리고 지난 학기에는 한국의 고전 문학도 가르쳤고.
김수현 기자 : 아, 정말이요?
조세린 교수 : 잘 못 가르쳤어요(웃음).
김수현 기자 : 한국의 고전 문학이요? 와.
류이라 아나운서 : 배우는 학생들도 진짜 공부하기 어려웠겠는데요.
조세린 교수 : 이거는 아닌 것 같다(웃음). 영어로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영어 못하니까. 영어 할 수 있는 학생이 몇 명밖에 없고, 그래서 내가 대신에 한국말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드리겠습니다. 근데 한자도 모르고, 결과적으로는 여러 국어로. 베트남 사람들이 더 있었어요. 한국말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고.
김수현 기자 : 아, 외국인 유학생.
조세린 교수 : 그래서 베트남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다 번역되어 있는 내용을 선택해서 '우리 다 자기 언어로 읽고 한국말로 말하자.'
김수현 기자 : 그럼 가르칠 수 있는 게 굉장히 범위가 좁아지네요.
류이라 아나운서 : 맞네요.
조세린 교수 : 그래도 있어요. 그리고 영상이나 영화 있는 거.
김수현 기자 : 아아, 그렇죠.
조세린 교수 : '바리공주'도 있고, 시조, 가사, 가곡 이런 정가. 지금 국악원에서 하는 노래들 내가 번역 다 했어요. 그래서 번역 이야기도 하고, 번역도 시키고, 내가 체크하고 이렇게.
김수현 기자 : 아, '너희 나라 말로 좀 번역해 봐라'.
요즘 전통 악기를 가지고 새로 작곡한 곡들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많은 사람이 그냥 '국악기로 하는 거면 다 국악인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데.
조세린 교수 : 맞아요. 지금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좀... 우리 수업에서도 해마다 그 질문으로 시작하는 거예요. 들어가서 '국악이 뭡니까?' 모두에게 물어봐요. (물어보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모르는 악기 들어가면 국악이다'.
류이라 아나운서 : 그렇게까지 얘기해요?
조세린 교수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많아요.
류이라 아나운서 : 아, 충격적이다.
조세린 교수 : 예를 들면 옛날에 비보이하고 숙명여자대학교...
김수현 기자 : 가야금 연주단.
조세린 교수 : 파헬벨 했잖아요.
김수현 기자 : 아, 파헬벨. 캐논.
조세린 교수 : 비보이하고 같이 했잖아요. '그냥 캐논 줘. 가야금하고 관계없어. 그냥 가야금의 음색' 그렇게는 하는 거예요. 내용이 클래식. 애들이 그것도 물어봐요. '이건 국악입니까?' '국악이다(웃음)'. 올해 수업에 음악과 (학생) 한 명이 국악 아무것도 모르고 'K'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앞에 'K' 들어간 거.
김수현 기자 : K 많이 들어가요.
류이라 아나운서 : K팝, K뷰티, K푸드 뭐 다양하죠.
조세린 교수 : 지금은 K샤머니즘, K국악, 진짜 있어요(웃음).
류이라 아나운서 : 샤머니즘도 있었어요?
김수현 기자 : K국악이, 저도 정말 그 얘기 듣고.
조세린 교수 : K서울도 봤어요. 오늘 봤어요.
김수현 기자 : K서울은 뭐예요?
류이라 아나운서 : 그건 뭐죠? K서울?
김수현 기자 : 처음 들었는데요.
조세린 교수 : 처음 봤어요 나도 오늘. 내가 애들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국악기만 들어가면 국악이라면, K클래식은 무슨 뜻이에요?' 한 명씩 모두에게 물어봤는데 '한국의 전통 음악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제가 '맞아요.' (웃음)
류이라 아나운서 : 맞다고 하셨어요?
조세린 교수 : 이제는 그렇게 자리를 잡았어요. 원래 클래식은 뭐예요? '베토벤은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물으면 몰라요. 그냥 클래식 음악.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어요. 클래식 음악은 어딘지 모르지만 그냥 옛날 사람들이 작곡한. 그 아가씨(학생)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면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이 돼버리죠.
모차르트, 하이든, 브람스, 베토벤, 바흐 다 물어봤는데 어디인지 대답 못하는 거예요 어디 있는지. 그런 대답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클래식은 유럽의 전통 음악이라고 말하면 동의하세요?' 물어봤더니 몰라. 사람들이 지금 그 정도로 헷갈리고 있는 것 같아요. 어디가 어딘지, 그거는 교육이 문제죠. 근데 몇 년 전에 내가 칼럼 썼지만, 교과서에서 국악을 뺀다고 했잖아요.
김수현 기자 : 그때 그런 일이 있었죠.
조세린 교수 :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전통 음악은 굉장히 유익하고 특별한, 한국밖에 없는 음악이라.
류이라 아나운서 : 맞아요.
조세린 교수 : 이 뿌리로 깨지고 깨지면 이런 것은 다시 안 나와요. 지금 다른 것도 나오고 있고 그거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음식도 그렇잖아요. 지금 세계적으로 씨도 없어지고 있어요. 청양고추는 IMF 때는 몬산토 거 샀잖아요. 한국 거 아니에요. 한국은 브랜딩도 못 쓰고 몬산토가 라이센스 가지고 있어요. 한 번 쓰고 다시 사야 되고, 다시 뿌리를 못 내는 씨들. 음악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보호 안 하면... 언어도 그렇잖아요. 알래스카에서는 고유 언어하는 사람들이 돌아가시고 있어요. 그러면 끝.
류이라 아나운서 : 이어질 길이 없는 거네요. 돌아가시면.
조세린 교수 : 한국에서도 비파 있었어요. 옛날 사진 보면 비파도 들어가요. 근데 그것도 마지막 하는 분이 돌아가시고.
류이라 아나운서 : 악기도 없어지고.
조세린 교수 : 없어요. 지금 비파 틀면 뿌리 없는 게 느껴져요. 잘하지만 뿌리 깊은 소리는 안 나와요. 선생님한테 안 배웠기 때문에. 그냥 책 보고 대충 하는 거고. 언어도 마찬가지로 마지막 사람 돌아가셔서 발음도 이상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디지털 시대가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보다 멋지게 하는 사람들, 잘하는 사람 많아요. 그래도 지금은 나에게 목소리를 주시니까 다들 함께 도전하고 생각할 것을 다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전통과 뿌리는 신경 안 써도 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우리가 너무 간과한 부분이에요. 그러니까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또 이어가는 그 역할이 꼭 필요한 건데 너무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 안 하는 세대가 돼버렸다.
조세린 교수 : 옛날에 전주나 남원에 가면 객석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거예요. 노래도 가사도 알고 가락도 알고, 좋으면 '얼씨구 절씨구' 해주는 거고 진짜 추임새가 엄청 많이 나와요.
류이라 아나운서 : 판소리의 고장이니까.
조세린 교수 : 시끄러워, 나 놀래가지고(웃음). '조용히 봐야 되지 않습니까' 생각해서. 근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연주자들도 신나죠, 그렇게 하면.
조세린 교수 : 그렇죠, 그렇죠. 근데 점점점점 그 사람들이 돌아가셨잖아요. 점점점점 돌아가시고 지금 전라도에 가도.
김수현 기자 : 이제 그렇게 하는 분이 안 계세요?
조세린 교수 : 조용해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조세린 교수 : 물론 특별한 공연이 있으면 뭐 전문가들이 가서 해주고. 그런데 옛날에는 그냥 일반 사람들이 다 알고 같이 함께 해주고 했는데, 지금은 객석의 사람들이 몰라요. (작품을) 좋아해도 몰라요. 그래서 함께 무리 속에서 노래나 가락이나 가사나 내용이나, 함께해 줄 수 없어요. 그것도 아쉽다고 옛날 속담으로 '일고수 이명창...'
김수현 기자 : 일고수, 이명창, 삼관중.
조세린 교수 : 순서가 '관중'이 앞에 왔는지 모르겠어.
류이라 아나운서 : 다 중요하다는 거네요. 다 어우러져야 연주가 된다.
김수현 기자 : 굉장히 중요한 거죠.
조세린 교수 : 네. 한국은 다 삼박이에요. 그래서 둘이 두 바퀴 되는 거예요. 2명, 명창하고 고수. 항상 3이 있어야 돼, 한국에서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귀명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듣는 거 잘하는.
류이라 아나운서 : 맞네요. 듣는 사람이 있어야 연주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거니까요.
김수현 기자 : 그럼 교수님한테 '국악' 하면 어떤 음악이에요?
조세린 교수 : 국. 국이란 단어는 우리 한자 보면
김수현 기자 : '국'자가 네모난.
조세린 교수 : 상자잖아요. '악'은 한자로 보면 옛날 타악기? '즐겁다'. 근데 국악이라는 단어가 생기는 것은 다른 음악이 왔기 때문에 생기는 거야. '음악'이라는 단어는 다른 서양 음악이 가지고 갔어요. '국악'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은, '음악'은 서양 음악이 돼버렸기 때문에. 그러면 '국악은 음악은 아니다. 다른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러니까 '음악' 하면 서양 음악이 차지해버려서 상대적으로 거기에 대응하는 '국악'.
류이라 아나운서 : 그럴 수 있겠네요.
조세린 교수 : 음악은 '국악' 안 들어가잖아요. '음악' 이라고 하면 서양 음악 가리키는 거예요. 그래서 국악은 음악 이외,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 타이완도 그렇고, 일본의 '호가쿠'. 근데 호가쿠의 '호'는 '국'과 그래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음악은 서양 음악이에요. 국악은 따로 있고.
근데 남한에서 국악은 북한에 비교하기 위해서 돼 있어요. 북한이 없었으면 남한은 그렇게 열심히 옛날 조선시대의 소리를 보호 안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일제강점기 끝나고 인간문화재 시스템, 유네스코 같은 것이 박정희 시대에 만들었는데 북한은 너무 슬퍼서 아쟁도 안 되잖아요. 거문고도 안 되고 판소리도 안 되고.
김수현 기자 : 거긴 다 개량을 일찌감치 했더라고요.
조세린 교수 : 다 개량을. 국제적으로 간다. 그런데 글로벌하게 갔기 때문에 북한의 국악이 망하는 거죠.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보호했어요. 보호하는 이유는, 북한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의 선은 안에서 놀고 있는 음악회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선이 지금 점점 디지털 시대에 와서.
류이라 아나운서 : 희미해지고 있으니까.
조세린 교수 : 힘이 풀리고 있어요. 사람들이 국악을 모르고, 국악인들도 돈 벌고 싶고. 그래서 지금까지 열심히 보호했던 (전통이). 중국인들이 중국 문화대혁명 때 없어진 것을 한국에서 찾아가던 작품들이 점점 움직이고 있어요. 이건 국악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보세요. 전통이 뭐가 사실인지, 뭐가 위고 아래인지, 뭐가 뭔지 몰라요. 아마 한국도 그럴 거야. 국악도 마찬가지로 움직이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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