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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유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퇴학, 취소해야…방어권 침해"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입력 : 2025.04.27 09:55|수정 : 2025.04.27 09:55


▲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퇴학 처분 과정에서 학교가 학생 측에 처분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면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퇴학처분을 받은 A 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퇴학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지난 2월에 판결했습니다.

A 씨는 지난 2023년 9월 학교 축제에서 기본품행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학교 측은 변론 과정에서 A 씨 등이 축제 당시 강당 문을 발로 차고, 앞자리에 앉겠다며 드러눕고, 의자를 집어던지고, 허락 없이 강당 스탠드에 올라갔으며,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여학생들에게 모욕적 언사를 하는 등 품행을 준수하지 않아 퇴학 처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학교의 퇴학 처분 과정에서는 처분의 사유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학교가 A 씨에게 보낸 특별선도위원회 출석통지서, 처분서에는 퇴학 사유에 관해 '기본품행 미준수'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특별선도위에서도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나 설문조사에 적힌 내용과 피고가 징계사유로 삼는 내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논의가 이어지다가 뒤늦게 처분 사유를 정리했다."라며 "소송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학교 규정상 당시 선도위에 출석한 위원 7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5명 이상의 찬성으로 징계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데, 5명만 표결에 참여해 4명 찬성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했다고 봐 퇴학 처분을 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퇴학 처분 직전에 받은 출석정지 5일 처분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효나 취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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