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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내년 초까지 스케줄 꽉"…이제훈, 아무리 바빠도 놓치지 않는 것들

입력 : 2025.04.25 17:21|수정 : 2025.04.25 17:21


드라마 방영이 끝나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종영을 맞아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곤 한다. 이를 위해선, 드라마의 인기가 많았거나 작품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아 웃으며 후일담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고, 하루 온종일 인터뷰를 위해 뺄 수 있는 배우의 스케줄도 맞아야 한다. 간혹 배우들 가운데에는 인터뷰를 드라마 홍보성 일정으로 받아들여, 방영이 종료된 후에 진행하는 인터뷰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배우의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이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진행할 수 있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정이다.

배우 이제훈은 최근 몇 년 간 출연한 TV 드라마의 종영 인터뷰를 빠짐없이 진행 중이다. 2021년 SBS '모범택시'를 시작으로, '모범택시2', MBC '수사반장 1958', 그리고 지난 13일 종영한 JTBC '협상의 기술'까지, 거의 매년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이는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인터뷰를 진행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에서도 대단하지만, 드라마, 영화, 예능, 유튜브 출연에, 심지어 회사 경영까지 하고 있는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 가운데서 짬을 내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라 놀라운 일이다.

"지금 '모범택시3'랑 '시그널2'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요 며칠 날씨가 안 좋아 촬영 일정이 변경되며 '협상의 기술' 종영 인터뷰를 급하게 잡을 수 있었어요. 전 드라마가 끝났을 때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너무 좋아해요. 혹시나 이번에 인터뷰를 못 할까 걱정했는데, 할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죠.(웃음)"

이제훈이 인터뷰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오랜 시간 소중하게 품어 완성한 작품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종영 이후 이제 진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시점에 진행하는 이런 인터뷰 자리가, 작품을 예쁘게 정리하고 잘 떠나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훈은 인터뷰에 최선을 다하고, 그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임하는 배우 중 하나다.

'협상의 기술'(극본 이승영, 연출 안판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산인그룹 M&A팀 팀장 윤주노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이제훈은 인터뷰 자리에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제훈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윤주노를 중심으로 한 산인그룹 M&A 팀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부채가 무려 11조 원에 달하는 산인그룹을 살리기 위해 윤주노의 M&A 팀이 동원하는 다양한 '협상의 기술'들, 그리고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때론 권위적으로, 때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실제 우리 사회의 일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기기도 한다.

딱딱한 경제 용어로 가득한 대사,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이야기가 드라마로서 대중적인 소재는 아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이제훈은, 그럼에도 이 작품에 확신이 있었다. 특수성 속에 자리잡은 보편성을 봤기 때문이다.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드라마 소재로 보기엔 특수성이 강하긴 하죠. 하지만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야였어요. 그래서 '이런 드라마가 쓰였다고?' 하며 흥미를 가지고 대본을 봤죠. 대본을 보면서, 이게 M&A를 다루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보편성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걸 느꼈어요. 너무나 현실이란 땅에 발을 붙인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이 드라마를 처음 보면 기업드라마라 딱딱하고 차가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또 한번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윤주노란 캐릭터도 이제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윤주노는 '전설의 협상가'라 불릴 만큼 협상력이 뛰어나고 똑똑한 인물인데, 차가워 보이는 외면과 달리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며 따뜻한 인간미도 지닌 캐릭터였다.

"윤주노라는 인물을 만나, 많이 배웠어요. 어떻게 그렇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서로 다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는지. '나도 이런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윤주노를 연기했어요. 앞으로 저도 윤주노처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깊게 오래 갈 수 있는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누군가와 협상 아닌 협상을 할 때가 많거든요. 배우로서 작품을 할 때,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할 때도 있죠. 그럴 때 간혹,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감정적인 표현을 할 때가 있는데, 그게 결코 원하는 것을 얻는데 도움이 되진 않더라고요. 윤주노란 인물을 통해 많이 깨달았어요. 윤주노처럼 소통하면 좋겠다, 절제력과 차분함, 그러면서 진실성이 있다면 못해낼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협상의 기술'이란 제목이 어렵고 딱딱해 보이지만,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진실된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진솔하게 보여준다면 분명 그 진심을 알아보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걸 뜻한다고 생각해요."
이제훈
'협상의 기술'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등을 만든 안판석 감독의 작품이란 점이다. 이제훈 역시 이 부분에서 기대가 컸다.

"연출을 안판석 감독님이 한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어요. 배우로서 언젠가 안 감독님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컸거든요. 이번에 만나 너무 기뻤고, 기대감이 굉장히 컸어요. 연출에 대한 세계와 결이 자기 인장처럼 분명히 있으신 감독님인데, 과연 저란 사람이 투영됐을 때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고 기대됐죠."

이제훈이 안판석 감독이 지휘하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예정된 스케줄이 단 한 번도 어긋난 경우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 달간의 촬영 스케줄이 미리 나오는데, 그 스케줄대로 완벽하게 촬영이 이뤄졌다. 보통 드라마 촬영장에선 이런 이유로 촬영이 연기되고 저런 이유로 취소되는 일이 허다한데, 안판석 감독의 촬영장은 달랐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현장이 편안하면서도 화기애애하고 즐거웠는데, '왜 맨날 일찍 끝나지?' 싶었어요. 그러면서 완벽하게 그날 찍어야 할 것들을 다 완성해 나가니까.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께서 어떻게 연출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방향성이 있고, 그런 감독님의 의견에 따라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배우들이 소위 말해 '안판석 사단'이잖아요. 감독님의 연출에 익숙하신 분들이, 너무나도 철저하게 자기 캐릭터를 준비해 와 연기하니 어긋남이나 구멍이 없었어요. 다들 너무 잘해요.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그런 분들과 제가 앙상블을 하려면, 저 역시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가야 했어요."

안판석 감독은 배우들이 연기할 판을 짜주고, 최소한으로 개입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얻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 그만큼 배우의 역량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이제훈도 그런 안 감독의 연출 방식 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연기를 펼쳤다.

"감독님이 '액션'하면 끊지 않고 그냥 쭉 지켜보세요. 그리고 '오케이' 하면 끝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가 윤주노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대본도 많이 보고,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많이 해 갔어요. 보통은 감독님들이 '이렇게 하면 좋겠다' 디렉션을 주시는데, 안 감독님은 '배우가 이미 정답을 갖고 있고, 자신은 그걸 그림 안에 잘 담아줄 뿐'이라고 하세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윤주노란 사람의 사고나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안 감독님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 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이런 감독님의 디렉션 방향성 때문이란 걸 깨달았어요. 배우들을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자유롭게 놔두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더 위대하게 느껴졌어요."

이 작품에는 장현성, 오만석, 김종태, 김창완, 길해연, 박혁권 등 중년 배우부터 안현호, 차강윤, 장인섭, 이규성, 이시훈 등 젊은 배우까지, '안판석 사단'이라 꼽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지난해 방영된 안 감독의 전작 '졸업'에 연이어 출연하는 배우가 대부분이다. 이제훈은 향후 또 안 감독과 작업해 자신도 '안판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길 바랐다.

"감독님과 작품 하는 배우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고 같이 하고 싶어 하는지, 이번에 깨달았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저도 감독님과 인연이 됐으니, 감독님께서 찾아주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안판석 감독님의 멜로 작품을 하고 싶어요. 거기에 제가 투영이 되면 너무 좋겠어요. 어떤 역할이라도 좋으니, 감독님이 연출하는 과정에 제가 한다면, 그만큼 큰 영광은 없을 거 같아요."
이제훈
극 중 윤주노의 별명은 '백사', 하얀 뱀이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눈빛,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는 캐릭터다. 이런 윤주노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건, 하얀 백발 머리다. 이제훈에게서 '윤주노의 백발'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를 들었다.

"안 감독님께서 윤주노는 백발이면 좋겠다고 제안하셨어요. 윤주노가 무슨 속마음인지 도통 모르겠는, 외모적으로 봤을 때 나이도 짐작할 수 없는, 그 캐릭터가 주는 미스터리함과 신비로움을 백발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백발에 대해 처음에는 모두가 반대했죠. 감독님은 리얼리즘을 선호하는 분인데, 촬영하는 3~4개월 동안 백발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렵거든요. 그래도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해서 백발 분장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거예요. 거기에 무테 안경과 수트로 스타일링을 조합해 보니, 더 윤주노의 외형으로 설득이 됐어요. 그렇게 윤주노란 인물이 탄생했어요. 그 백발 스타일링을 하려면, 촬영 3시간 전에 미리 가서 특수분장을 받아야 했어요. 세심하게 만지는 과정들이 있었고, 나중엔 CG로 후반작업까지 해서 더 이질감 없는 장면이 완성됐어요. 실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과정이었는데, 그걸 해내 배우로서 자랑스럽기도 해요. 너무 힘들었지만, 그 캐릭터가 주는 만족감이 너무 커 버티면서 즐거움으로 승화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마어마하게 노력해 준 분장팀에 고마워요. 그분들 아니었으면 윤주노도 이 작품도 없었어요."

윤주노는 항상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배우들은 감정 표현이 풍부해 보여줄 게 많은 캐릭터보다, 감정을 절제하고 한정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가 연기하기 더 까다롭다고 말한다. 최소한의 표현으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TV 너머 시청자도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훈도 그 부분이 고민이었다.

"이렇게 시종일관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캐릭터가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제 필모에는 없어요. 너무 새롭고 신선한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죠. 사람들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액팅을 표현하는 부분에선 제한이 있다 보니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무테 안경을 썼어요. 안경을 썼을 때 저도 모르는 습관들이 도출되더라고요. 안경이 조금씩 내려와 그걸 만지는 제스처를 하게 됐는데, 그걸 연기에 녹이면 효과적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결과값을 도출해 내는 장면에서 그런걸 표현하면 좋겠다 싶어, 의도적으로 안경 만지는 행동을 넣기도 했어요. 윤주노가 과거엔 스마트 기기들을 사용했는데, 현재의 주노는 아날로그적인 모습이 있어요. 그것도 형에 대한 복수, 그런 걸 계산해 의도적으로 넣은 부분이에요. 나름 윤주노에 대한 캐릭터 구상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녹여봤어요."
이제훈
이제훈은 현재 SBS '모범택시3'와 tvN '시그널2'를 동시 촬영 중이다. '시그널'은 시즌1의 흥행에 힘입어 무려 10년 만에 시즌2 제작이 추진됐고, '모범택시'는 앞선 시즌들의 인기로 시즌3까지 제작이 이어졌다. 두 드라마 모두 처음 제작할 당시에는 시즌 제작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작품들인데,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시즌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시즌제의 남자'라 불리는 이제훈은 "난 행운아다. 너무 운이 좋은 거 같다"라며 모든 것을 '운'으로 돌렸다.

"너무 감사하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그널'도 '모범택시'도 후속작을 미리 기획했던 작품들이 아닌데, 시청자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시즌제로 가는 행운을 얻었죠. 제가 이런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있는 건 아니고, 저도 워낙 드라마랑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대중 분들이 좋아하고 열광할 만한 작품들을 찾게 되는 거 같아요. 나름 시간과 돈을 들여 작품을 보는 건데, 보고 나서 '시간만 날렸다'는 생각이 들면 속상하잖아요. 최소한 제가 참여한 작품에 있어선, 보시는 분들이 시간 아깝지 않고 재밌게 보고 값어치를 느낄 수 있으면, 그런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 해요."

이제훈이 '시그널2'와 '모범택시3'를 촬영하는 동안, '협상의 기술'이 방영됐다. 여기에 이제훈은 오는 6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소주전쟁'의 홍보에도 돌입했다. 또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 컴퍼니온에서 매니지먼트와 제작 일까지 맡고 있으니, 매일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자신을 갈아 넣는 빡빡한 일정에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이제훈은 온전히 이를 받아들이며 책임감 있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니지먼트도 운영하고 창작자로서 하고 싶은 것들도 있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건 배우로서의 롤이에요.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이 없는 건 사실이죠. 쉬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는 게, 지금은 마음만 있어요. 제가 해야 될 일이 있으면 해야죠. 지금은 일 모드예요. 이미 계획이 내년 초까지 셋업된 상황이라,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예요. 이미 절 놨어요. 불러주시는 대로, 그 쓰임을 다할 뿐이에요."
이제훈
[사진제공=컴퍼니온, JTBC '협상의 기술' 스틸컷]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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