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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촬영' 10대 중국인들 무전기도 있었다…도청 여부 조사 중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4.25 05:25|수정 : 2025.04.25 09:17


한미 군사시설 및 주요 국제공항 주변을 돌며 다량의 사진을 촬영한 10대 중국인 고등학생들이 범행 당시 무전기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군의 무전을 도청했을 가능성 등을 열어두고, 해당 무전기의 성능과 특성, 용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제(24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0대 중국인 A 씨와 B 씨는 적발 당시 무전기 2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무전기는 전원이 켜지기는 하지만, 주파수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 무전기가 군 시설이나 장비 등에서 오가는 무전을 도청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두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 준비한 것인지 등 구체적인 소지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국과수는 이 무전기의 주파수 설정 및 송수신 가능 여부는 물론 더 나아가 군부대의 주파수를 잡아 청취가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정확한 용도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A 씨와 B 씨는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함께 입국했으며, 국내로 들어온 직후부터 각자 1개씩 망원렌즈가 장착된 DSLR 카메라 2대와 휴대전화를 가지고 한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 부근을 돌아다니면서 다량의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 평택 오산 공군기지(K-55), 평택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 김포, 제주공항 등 주요 국제공항 3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촬영한 사진은 이·착륙 중인 전투기와 관제시설 등으로, 분량이 수천 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사로 촬영한 것이 많아 비슷한 사진만 종류별로 추리면 실제 분량은 수백 장 정도라고 합니다.

이들은 지난달 22~23일 차례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출국 직전인 지난달 21일 수원 공군기지 부근에서 촬영 중 수사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두 사람은 "평소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A 씨와 B 씨의 그간 행적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 지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하거나 전송하는 등 유포한 행위가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아울러 A 씨가 "부친의 직업은 공안"이라고 진술한 점을 고려해 A 씨의 아버지를 비롯한 누군가가 범행을 지시했는지 여부도 계속 파악하고 있습니다.

수사 당국은 최종 수사 결과를 도출할 때까지 A 씨와 B 씨의 출국 정지 조치를 유지할 방침입니다.

수사 당국의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말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평택 오산 공군기지 부근에서 군용기를 무단으로 촬영한 중국인 2명이 적발됐다가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귀가 조치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부자(父子) 관계로, 지난 2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적발돼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의 합동 조사를 받고 대공 혐의점이 없어 불입건된 바 있는데, 불과 이틀 만에 또다시 무단 촬영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 역시 사진 촬영 동기에 관해 "취미 생활"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에 관해 "하늘에 있는 항공기만 촬영한 것으로 현행법 위반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며 "대상자들이 소지한 장비를 모두 확인했으나, 삭제 조치도 필요 없는 정도의 사진들만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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