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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미국에서 아시안 마켓을 운영해온 산 펠로완 씨.
이곳에는 쌀과 라면, 김 등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된 다양한 아시아 식품들이 진열돼 있지만 요즘은 진열대보다 가격표를 먼저 보는 손님들이 늘었습니다.
물건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 펠로완/아시안 마켓 업주: 가격이 너무 오르고 있어요. 예전엔 단골들이 가격표도 안 보고 그냥 사 갔는데, 요즘은 가격표를 보고 살지 말지 고민합니다. 쌀국수가 지난주보다 10달러 올라, 너무 비싸서 이번엔 아예 안 샀어요.]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안 마켓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 전역의 일반 식료품점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스테이씨 브라운/위츠필드 마켓 매니저: 요즘 많이 힘듭니다. 저희도 가격 인상을 원하지 않아요. 특히, 모두가 먹어야 할 필수 식료품은 더 그렇습니다.]
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와 그에 따른 물류 축소입니다.
중국은 미국 전체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 결과, 항만의 물동량과 유통망 전반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수입 물동량의 30% 이상을 처리하는 LA항과 롱비치항의 입항 선박 수는 전년 대비 4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리오 콜데로/롱비치 항만청장: 선박 입항 수는 전년 대비 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우 심각한 수치입니다. 화물량이 줄면 일자리도 줄어듭니다. LA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 9명 중 1명이 항만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고, 미국 전체 공급망을 기준으로 보면 약 260만 개의 일자리가 롱비치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한인 의류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브라이언 리/한인의류협회 회장: 우리 협회에는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인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관세가 올라갈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높은 관세가 적용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금 많은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장은 대응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이 일자리 위협을 넘어 소비자들의 지갑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래리 해리스/USC 경제학과 교수: 설령 관세 때문에 생산 시설이 미국으로 옮겨오더라도, 미국에서 만들면 단가가 훨씬 더 비쌉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입니다.]
관세 인상으로 시작된 무역 갈등이 항만 축소, 유통망 위기, 일자리 감소를 넘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겁니다.
체감 경기 악화가 현실이되고 있는 가운데 무역 정책이 지역경제 전반을 흔드는 파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취재: 이두현, 영상편집: 김나온, 디자인: 김보경, 제작: SBS인터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