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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진행 늦었던 신안산선 5-2공구…조급함이 붕괴 불렀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4.21 05:24|수정 : 2025.04.21 05:24


▲ 신안산선 복선전철 평면선형설계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제5-2공구 건설 현장은 공정률 58% 남짓으로, 서울 구간인 제3공구 다음으로 진행 속도가 느렸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어제(20일) 신안산선 사업 시행자인 넥스트레인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5-2공구의 공정률은 58.32%입니다.

같은 기간 진척이 가장 빠른 곳은 서화성과 원시 구간을 잇는 6공구로 공정률 88.85%입니다.

이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중앙역 등을 연결하는 1-1공구가 83.73%로 뒤를 이었습니다.

5-2공구와는 25∼30% 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5-2공구는 길이 2.338㎞로 전체 구간 중 가장 짧지만, 시흥과 안산 구간으로 갈라지는 Y자 분기점이 위치한 핵심 구간입니다.

이곳이 완공되지 않으면 시흥과 안산 두 구간 모두 서울과 직접 연결이 불가능합니다.

5-2공구보다 공사 진행이 더딘 곳은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등을 지나는 3공구로, 공정률은 각각 3-1공구 54.25%, 3-2공구 54.43%입니다.

통상 도심 구간은 외곽지역에 비해 공사 진행이 더딘 편입니다.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등에 대한 민원 소지가 크고 이에 따른 합의 과정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용지 보상의 어려움도 한 원인입니다.

특히 5공구의 경우 2023년 1월 감사원 감사에서 주변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부 단층 파쇄대가 존재해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는 지적을 받아 특수 설계와 공법을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공사 속도가 더욱 더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원인이 더해져 당초 올해 4월을 목표로 했던 전 구간 개통 시기는 2026년 12월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심지어 넥스트레인 측은 올해 초 개통 시기 연장을 논의할 당시 기존 목표보다 48개월 늦은 2029년 4월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완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셈입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쳐 완공 목표를 내년 말로 수정한 뒤 이를 공시했습니다.

일각에선 공시된 시점이 당초 시행사의 요청보다 28개월이나 빨라진 점을 들어 다소 무리한 일정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공정률이 늦은 구간의 공사가 조급하게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터널공사학회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과 시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지반 보강이나 구조물 안전진단을 간략화해서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발파 공사 시 기존에 만든 기둥과 보에 진동계측기를 설치해 안정성을 확인해야 하는데 균열이 다수 발생해 붕괴로 이어진 것을 보면 이 과정에 생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5-2공구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지하터널에서 다수의 균열이 발견됐을 당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작업을 중단하고 국토교통부와 함께 원인분석 및 안전진단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시공사 등은 수시간 만에 진단 절차를 마친 뒤 붕괴 우려가 있는 기둥에 대한 보강공사를 결정했습니다.

이어 오후 2시 30분쯤 H빔을 지하터널 하부로 내리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40여 분 뒤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 수습이 종료된 직후 수사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사고 당일 진행된 보강공사가 적절했는지, 안전진단이 제대로 이뤄진 이후였는지 등 사고 원인에 대해 폭넓게 수사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붕괴 우려가 제기된 후 안전진단을 거쳐 보강공사가 진행됐는데, 사고 예방조치가 제대로 됐는지 전 과정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나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사진=넥스트레인 홈페이지 갈무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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