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달 안에 열릴 미국과의 2차 관세 협상을 앞두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검사 간소화 등을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닛케이 등이 보도했습니다.
닛케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본의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만나 "대일 무역적자를 0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진행된 장관급 회담에서도 미국 측은 농산물과 자동차 교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달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일본 쌀 시장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수출업자의 소비자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쌀값이 급등한 점도 감안해,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일본은 매년 약 77만 톤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미국산이 약 4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주식용 쌀 수입은 10만 톤 수준으로 제한돼 있었는데, 이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올여름 이전에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릴 경우, 농가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닛케이는 전망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비관세 장벽도 미국 측 요구에 포함됐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문제 삼는 자동차 안전기준에 대해, 충돌 성능시험 기준 완화 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산 차량은 일본에 수입될 때 형식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고, 이 절차에는 몇 달이 걸립니다.
미국은 일본의 충돌 시험 항목이 복잡해, 수입차에 불리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도 판매 대수가 적은 수입차에 대해 실차 시험 생략 제도 등을 재검토한 바 있어,
이번 협상에서도 양국 간 안전기준 차이를 좁히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오늘 NHK 방송에 출연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날에는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만나 미국 측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이시바 총리와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미국의 요구에도 강약이 있다"며
"최종적으로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완성될 수 있도록 협상을 반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에서 환율이나 방위비 분담 등은 별도로 논의할 방침입니다.
환율 문제는 재무장관 간 회담을 통해, 주일미군 주둔 경비 등은 관세 협상과 분리해서 진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오는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정상 간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며
“성실한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득실을 중심으로 설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닛케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3개월을 맞아,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작년 10월 대비 29배 급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스콧 베이커 교수의 분석 결과입니다.
신문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급등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제적 정치 수법이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