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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가이아나 영토 분쟁' 미중 대리전 되나

김수형 기자

입력 : 2025.04.20 11:15|수정 : 2025.04.20 11:15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남미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영토 분쟁에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입장을 내면서, 일부에서는 남미에서 미·중 간 국지적 대리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가이아나 외교부 성명과 베네수엘라 국영방송 텔레수르TV 등에 따르면, 가이아나 주재 중국 대사대리는 지난 16일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영토 갈등과 관련해 "우호적인 협의와 협상을 통해 국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양국 간 대화 채널을 제안했습니다.

중국 외교관은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1966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가이아나 정부는 "중국의 명백한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가이아나는 에세퀴보 지역에 대한 베네수엘라의 주장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룰 문제라며, "주권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에세퀴보 지역은 가이아나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금과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자원이 풍부하고 인근 해역에서는 대규모 유전도 발견된 바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1966년 제네바 합의를 근거로 이전의 영토 중재는 무효라고 주장하는 반면, 가이아나는 1899년 국제 중재 판결에 따라 해당 지역이 이미 자국 영토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 관리의 언급은, 미국과의 긴장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입장을 지지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가이아나 수도 조지타운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이아나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경우, 베네수엘라는 매우 나쁜 하루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달 공항에서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대화하는 가이아나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의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을 "멍청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그런 위협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재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 중인 에세퀴보 지역에 '과야나 에세키바 주'를 신설하고, 다음 달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주지사와 국회의원을 선출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선거 전후로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간 국경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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