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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끌고 가 성추행했는데…중학생에 '반 바꿔라' 처분?

신용식 기자

입력 : 2025.04.18 20:35|수정 : 2025.04.1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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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래서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가해 학생에게 학급 교체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무 실효성도 없는,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이사 가는 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월, 청주에 사는 초등학생 A 양은 학원을 마치고 집에 오던 길에 근처 중학교에 다니는 16살 B 군을 만났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안면이 있던 B 군은 A 양을 유인해 장소를 바꿔 가며 여러 차례 성추행했습니다.

[A 양 아버지 : (화장실에) 끌고 들어가서 못 나가게 했었고요. 놀이터 2층에 끌고 가서 또다시 성추행을 하고요.]

검·경 수사로 혐의가 인정된 B 군은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지만,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왔습니다.

피해자와 같은 학교도 아닌 B 군에게 '학급 교체' 처분을 내린 겁니다.

[A 양 아버지 : (학교가) 붙어 있기 때문에 등하굣길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 첫째랑 그 가해자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거든요. 전학 조치를 해달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A 양 측이 확인한 결과, 학폭위 판정 점수는 15점으로 전학 조치에 단 1점 모자랐고, 심의위는 B 군의 반성 정도를 높게 판단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학교가 달라도 학급 교체라는 게 나옵니다. 이런 경우들이 여기에만 해당되는 거 아닙니다.]

학급 교체는 실효성 없는 처분 아니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그런) 판단은 저희가 안 하죠. 심의위원님들이 처분 내린 것에 대해서 저희는 존중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의가 있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하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판단이 불복이라 그러면 행정심판 가는 거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A 양을 위해 피해자 부모는 이사를 고민 중입니다.

[A 양 아버지 : (딸 심리 상담 중에) '가해자와 마주칠까 봐 불안하고,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는 내용이 쓰여 있거든요.]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박춘배, 디자인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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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신용식 기자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실효성 없는 처분 나오는 이유는?

[신용식 기자 : 학폭위 처분이 피해 학생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나올 경우 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 학폭위 판정 점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가해 학생에 대해 조치를 하면 이번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거죠.]

Q. 학폭위, 숙의 가능한 구조인가?

[신용식 기자 : 전문가들은 학폭위 심의 과정에 숙의가 안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학폭 사안이 점점 증가하면서 논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처분도 단 한 차례 회의에서 2시간 논의 끝에 내려졌고, 당사자 제출 서류와 피해 조사 결과 등 방대한 자료가 심의 시작 30분 전에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수경/변호사 : 한 번 더 기일을 열어서 좀 더 숙의를 해본다거나 이런 절차적인 부분에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Q. 이의제기 방법은 없나?

[신용식 기자 : 학폭위 처분이 내려지면 교육 당국 차원의 재심 절차는 없고요, 권익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하는 방법만 있습니다. 최근 학교 폭력 관련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학폭위 조치에 불복하는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입니다. 이번 사건도 권익위가 행정심판 청구를 인용하면 교육청은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데요.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3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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