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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웬만한 은행 업무는 휴대전화로 처리할 수 있죠. 누군가에겐 손쉽게 느껴지는 일이지만 이게 오히려 어렵고, 불편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습니다. 문제는 오프라인 점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서 이들이 일상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건데요.
정준호, 박재현 기자가 그 실태와 대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정준호 기자>
서울 노량진역 근처의 한 은행 점포입니다.
지난주 문을 닫았다는 공지와 함께 현금입출금기만 남아 있습니다.
줄곧 이곳에서 은행 업무를 봐왔던 고령층들은 갑작스런 폐점이 난감하기만 합니다.
[한상태/서울 동작구 : 지로를 쓸 수 없게 돼 있어서 상도동 저쪽으로 가서 해야 돼서. 오프라인을 이용하지 온라인을 이용을 못 하니까.]
점포가 이전 통합된 곳은 종전 위치에서 1km 떨어져 있고 오르막도 심합니다.
결국 새 점포를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 할머니는,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랑 같이 보실래요. 그럼.) 난 뭔지도 몰라.]
[김숙자/서울 동작구 : 여기서 모든 걸 다 해줬어. 불편하기 짝이 없지 정말로. 그냥 우리 같은 사람 살지를 못 하겠어.]
지난 2020년 4천400곳이 넘던 5대 은행 점포는, 4년 새 13%나 급감했습니다.
고령화는 더 빠르지만 대중교통은 열악한 지방의 경우, 이런 '은행 사막화'로 인한 소외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훈/충북 괴산군 : (은행까지) 8km 정도 돼요. 운전 못 하는 사람, 또 나이 드신 분들,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뭐 사실 불편하죠.]
고령층 비중이 높을수록 은행 점포는 더 적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은행 점포를 이용하기 위해 가장 멀리 이동해야 하는 소비자의 이동 거리가 20km가 넘는 상위 30개 지역 중 26곳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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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기자>
줄어드는 점포가 야속한 이들은 더 있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이런 은행 앱 이용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입니다.
음성 안내를 이용해 송금 업무를 처리하려 해보지만,
[5번째 슬라이드, 4번째 슬라이드.]
수많은 메뉴 중에 이체 버튼을 찾는 게 쉬울 리 없습니다.
[김훈/시각장애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 : (아예 계좌 이체에 갈 수가 없는 거죠?) 네, 지금 그래서 제가 계속 끝으로 갔다가 다시 제스처로 했다가 위로 갔다가 그 메뉴를 찾고 있는데(찾을 수가 없습니다.)]
대출 연장 같은 복잡한 업무는 점포를 방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래 점포의 폐점은 이들의 일상에 큰 차질을 빚습니다.
[김훈/시각장애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 : 비장애인분들이 그냥 주거래 은행 바꾼다, 이런 개념이 아니에요. 우리는 완전히 그냥 집을 이사한다는 그런 개념하고 동일한 것 같아요.]
은행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조차도 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김훈/시각장애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 : (시각장애인은) 만져서 그 정보를 얻어야 되는데 갑자기 여기 (지도가) 있다고 하니까 황당한 거야 유리밖에 없는데..]
금융 소외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65세 고령층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고, 등록장애인 비율도 5% 이상입니다.
금융당국은 2년 전, 점포 폐쇄 결정 전에 사전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대체 점포 안내, 고령층 교육 등 소비자 보호장치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놨지만, 여러 예외가 적용돼 실제 평가 대상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이시연/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기존 점포 분포를 어떻게 재배치하는 것이 수익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금융 소외 수준을 낮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통합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이익을 늘리는 속도에 매몰돼 금융 접근성 보장이라는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건 아닌지 정부와 은행 스스로 점검해 볼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배문산, 영상편집 : 조무환·이상민, 디자인 : 이연준·강혜리·홍지월, VJ : 정한욱·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