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 영상' 실망했는데 '렛잇고'였다?…노래 더빙 '알바'로 탄생한 한국의 엘사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 2025.04.21 09:00|수정 : 2025.04.21 09:00
[더 골라듣는 뉴스룸]
"노래는 좋은데 영상이 이게 뭐야? 이쑤시개가 막 돌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알바' 삼아 애니메이션 한국어 노래 더빙 작업을 했던 뮤지컬 배우 박혜나 씨.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위키드' 초연 배우로 발탁이 되었을 즈음에도 한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노래 더빙 요청을 받게 되는데요, '이쑤시개가 돌아다니는' 그래픽 영상만 보고 실망했다는 그 영화는 바로 디즈니 '겨울왕국'이었습니다! '겨울왕국'의 '렛잇고'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박혜나 씨는 '한국의 엘사'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겨울왕국 2'에서도 엘사의 한국어 노래 더빙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박혜나 씨는 한동안 '한국의 엘사'라는 타이틀이 달갑지 않았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위키드'의 엘파바, '겨울왕국'의 엘사, 박혜나 씨의 '엘'자 돌림 히로인 이야기, 그리고 그의 연기 인생을 바꾼 중요한 작품들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박혜나 씨가 출연한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60회 본편 풀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 : 저희가 지금 위키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작품이었다.
이병희 아나운서 : 네, 맞아요.
김수현 기자 : '굉장히 큰,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박혜나 배우 : 네. 사실 너무 감사했던 게 그때 겹경사로 '겨울왕국'의 '렛잇고'도 부르게 됐어요. 2013년도에.
김수현 기자 : 맞아요.
박혜나 배우 : 참 감사하게, 너무 운이 좋게. 그때는 못 느꼈어요. 너무 바쁘고 해야 될 일들이 많아서 '나에게 감사한 기회들이 왔구나'라는 생각을 충분히 못한 것 같아요. 감사하긴 했으나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김수현 기자 : 그럼 위키드를 하시고 나서 '렛잇고'를 부르게 된 거예요?
박혜나 배우 : 그건 아니고요(웃음). 제가 사실 개인적으로 만화 주제가나 음악 교과서의 노래를 불러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연락이 온 거예요. '이번에 만화 영화가 개봉하는데 더빙을 찾는다. 노래하면 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하러 갔는데 오디션이라는 거예요(웃음). 그때가 위키드 초연 일주일 전이었어요.
사실 그때 위키드가 너무 중요해서 갈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생계가 있는데 아르바이트 해야지' 하고 갔는데 오디션이라고 그러니까 너무 화가 났죠(웃음). 내 귀한 시간과 체력을, 저걸(위키드를) 한 번이라도 더 불러봐야 되는데. 더빙하는 걸 불러봤는데 '노래는 좋은데 영상은 이쑤시개가 돌아다니고 뭐야' 이랬거든요. 왜냐하면 노출이 되면 안 되니까 완성본을 안 보여줬어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렇구나.
박혜나 배우 : 그래서 그래픽처럼 이쑤시개 같은 거 막 돌아다니는 것만 봤어요. 그래서 '뭐야, 이건 안 돼 이런 영상을.' 저는 그게 완성본인 줄 알고(웃음). '한국을 무시해서. 너무한다. 이게 될 거라고? 노래가 아깝다' 이러고 나왔단 말이에요(웃음). 노래는 너무 좋았거든요. 그랬는데 나중에 오디션 됐다고 해서 '그래도 가야지' 하고 불렀는데 그게 'Frozen'(겨울왕국)의 '렛잇고'였던 거예요. 너무 신기하죠. 그래서 그때부터 '작은 기회라도 오면 다 하자'로 바뀌었어요.
김수현 기자 : 그때 '렛잇고' 열풍 대단했죠.
이병희 아나운서 : 대단했죠, 진짜.
박혜나 배우 : 저는 그때 모든 게 다 처음이어서, 하느라 바빠서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어떤 감동인지 잘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너무 감사하고.
이병희 아나운서 :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다 그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웃음).
박혜나 배우 : 어쨌든 제가 원조 엘사, 오리지널 엘사가 된 거잖아요.
김수현 기자 : 한국어 판에서는.
박혜나 배우 : 네. 너무 감사한 거죠.
김수현 기자 : 그거 뮤지컬도 만들었는데?
박혜나 배우 : 그러니까요.
김수현 기자 : 혹시나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웃음).
박혜나 배우 : 아, 나이가 있어서(웃음).
김수현 기자 : '겨울왕국 2'에서도 또 하셨잖아요.
박혜나 배우 : 그때도 너무 신기했어요. 한 6년 후에 만난 것 같아요. 그때도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을 뭘로 보고 말이야, 이런 만화가 잘될 것 같아? 이쑤시개가 막 돌아다니고 너무한 거 아니야? 노래만 좋으면 다야?' 이랬는데 그랬잖아요. 그래서 그걸 못 느끼고, 위키드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작품들을 막 하면서 바쁜 생활을 보냈어요.
근데 이제 코로나가 오고 한숨 돌릴 시기에 겨울왕국 2를 만난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박혜나'가 되고 싶었지 '엘사'가 되기 싫었거든요. '한국의 엘사'가 얼마나 고마운 건지 잘 몰랐어요. 한국의 엘사 타이틀이 아니라 배우 박혜나로서 해야 되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 타이틀을 조금 부정했어요. 좀 안 보이려고 그랬고.
그렇게 겨울왕국 2를 맞이했는데 폭풍처럼 인생의 파노라마, 드라마와 기회의 소중함이 갑자기 물밀듯이 오면서 너무 감동적인 거예요. '나한테 한국의 엘사라는 그런 타이틀이 왔다고? 너무 감사한 일인데. 이건 평생 갖고 갈 나의 타이틀이야. 너무 감사한 기회야.' 그걸 한꺼번에 알게 되면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해가지고(웃음).
김수현 기자 : 인투 디 언노운(웃음).
박혜나 배우 : 네. 사실 겨울왕국 1은 그런 대작을 더빙해 본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제가 생각해도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거든요. 근데 겨울왕국 2는 스스로 조금 성장을 한 후에 부른 거라 많이 애착이 가고, 다시 한번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줘서 너무 감사했죠.
김수현 기자 : 어떻게 딱 절묘한 시기마다 찾아왔던 것 같아요.
박혜나 배우 : 그러니까요. 위키드 영화만 해도 출산을 하고 어떻게 복귀를 해야 하나 할 때 다시 한 번 저에게 디딤돌이 되어 준 작품이고. 참 '엘' 씨들이 참 감사한 것 같아요. '엘파바', '엘사'.
김수현 기자 : 아, 그러네(웃음).
박혜나 배우 : 다음 '엘'은 뭐가 될지. 투 비 컨티뉴드(웃음).
김수현 기자 : '엘' 나오는 뭐가 또 있나요?생각해 봐야겠다.
박혜나 배우 : 데스노트의 엘(L)을 하려나? (웃음)
김수현 기자 : 진짜 역시 '대극장용 목청을 가졌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웃음).
박혜나 배우 : 너무 감사합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근데 정말 많은 작품 출연하셨는데, 많이 말씀하신 위키드나 이런 작품 말고는 또 '이거는 내가 되게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그런 작품은?
박혜나 배우 : 그럼 몇 개 얘기해도 돼요?
이병희 아나운서 : 아, 그럼요.
박혜나 배우 : '데스노트'라는 작품은 일본에서 넘버원인 쿠리야마 연출이 한국에 와서 오디션을 봤는데 '실크가 목소리에 감긴 듯한 느낌이다'라면서 찬사를 보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잖아요. 사람은 그걸 갈구하면 안 되지만 저는 좋은 인정을 받는 게 너무 즐거움이거든요. 박수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런 분한테 인정을 받고 너무나 행복하게 작품을 했는데, 한국에서 다른 작품들을 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일본에서 뮤지컬 '데스노트'가 올라가는데 네가 와서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1호로.
김수현 기자 : 일본어로. 일본어 원래 좀 하셨어요?
박혜나 배우 : 제2외국어가 일본어이긴 했어요. 하지만 깊게 공부를 해본 적은 없었어요(웃음).
김수현 기자 : 저희 다 배웠지만(웃음).
이병희 아나운서 : 알죠 알죠.
박혜나 배우 : 가타카나 아직도 모르고요. 한자도 너무 어렵고. 그래서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거예요. 저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걸 좋아해요. 겁은 많은데 신기해요. '재밌겠는데' 그래서 바로 '오케이'. 그래서 1년 정도 생활 일본어를 배우고 가서 작품을 했었죠. 그때 너무 많은 사람이 도와줬어요. '데스노트' 한국 초연 통역을 해줬던 김태희 선생님이 '데스노트'로 일본 간다고 하니까 '내가 직접 일어를 가르쳐주겠다' 그래서 일어도 가르쳐주시고, 일본에 갔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생활 면에서도 봐주셨고.
거기에 있었던 모든 스태프들이, 한국 배우는 저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얼마나 낯설겠어요. 그런 거를 다 케어해서. 호리프로에서 한 작품인데, 카우루라는 PD가 있었어요. 지방 공연을 다녀야 됐을 때 기간이 조금 남았었거든요. 쉬는 동안에 한국 가기가 조금 애매할 때 저랑 같이 온천도 가주고, 외로울까 봐(웃음). 크리스마스 때는 다른 배우들이 저 외로울까 봐 사비로 방을 하나 크게 빌려서 파티 해주고, 가족들이랑 보내야 될 텐데 저랑 같이 밤을 새면서 보내주고.
그래서 '이 마음이 담긴 친절은 잊지 말아야겠다'. 평생 잊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잊지 않겠어'(웃음). 좋은, 고마운 추억이 가득한 작품이고. 또 코로나 때문에 지방 공연을 다 하지 못했어요.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죠.
김수현 기자 : 참 다양한 작품을 하셨어요. 필모그래피. 정말 한 줄로 설명할 수가 없는.
이병희 아나운서 : 와, 진짜.
박혜나 배우 : 저의 다음 공연 정할 때 목표가, 내가 했던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 그게 저를 성장시켜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고 표현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고를 때 다른 캐릭터들을 많이 골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필모가 아마 뒤죽박죽일 거예요(웃음).
김수현 기자 : 고르는 기준이 '새로운 거를 해보고 싶다'
박혜나 배우 : 네. 초연 작품 좋아했고, 창작도 그래서 좋아했고.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창작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박혜나 배우 :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제가 그 영화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약간 꽂히는. 다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서 제가 경험할 수 있는 작품, 캐릭터를 많이 골랐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다채로운(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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