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 굳히기에 들어간 걸까요?
초단기 대선 레이스여서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 쓰는 대선 주자들이 많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주체제가 굳어져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후원금 모금 상황도 독주 구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원금 모금 첫날 29억 원 다 채워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후원금 모금 시작한 어제(15일) 하루 만에 법정 한도인 29억 4000만 원을 채웠습니다.
이 후보 후원회는 "6만 3천여 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이 중 99%가 10만 원 미만의 소액 후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습니다.
3년 전 대선 때 두 달 동안 3만 1천여 명이 후원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적극적인 후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후원회는 "소액 다수의 후원으로 하루 만에 한도를 채운 것은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뜨거운 마음이 모인 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후원금을 낸 사람들의 응원과 당부의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대구 동구에서 5만 원을 보낸다'고 후원인은 "50년 평생 처음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이라는 걸 보낸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후원인은 "중증환자를 둔 저희 가족에게 지난 3년은 암흑 같았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어렵겠지만 의료 제도를 비롯한 나라의 망가진 부분 부분들을 정상화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후보는 SNS를 통해 모금 마감 소식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동지(同志),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사람을 말한다"며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나라를 열망하는 한 분, 한 분의 간절함이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과 함께 이재명이 만들어가겠다"며 각오도 다졌습니다.
늘 그래왔듯 앞장서서 상처와 책임을 감수하며 새 길을 내겠습니다. 국민 가까이에 언제나 있겠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위대한 국민과 함께 이재명이 만들어 가겠습니다.
-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느려진 이재명 템포
이재명 후보는 조용한 경선 모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 이후 이 예비후보의 일정을 볼까요.
▲ 지난 10일 동영상 출마 선언 ▲ 11일 비전 발표 기자회견 ▲ 12일 고향인 경북 안동의 부모 선영 참배 ▲ 14일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퓨리오사AI 방문 ▲ 15일 공개 일정 없이 미리 녹화한 유시민 작가·도올 김용옥 선생과의 대담 공개
오늘(16일)은 공명선거 실천단 서약식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 참석 등 빠질 수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정도였습니다.

오늘(16일)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성황리에 출범했지만, 이 후보는 여기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대선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 2022)' 출범식 때는 코로나 사태로 영상을 통해 축사했습니다.
퓨리오사AI 방문 외에는 대선주자로서의 표심 잡기 행보가 사실상 없는 겁니다.
대통령 집무실에 대해 "아직 입장이 없다"고 하는 등 세종 집무실을 약속하는 다른 후보에 비해 느긋한 모습입니다.
경선 관련 메시지도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는 수준의 절제된 톤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독주 체제를 굳힌 만큼, 경쟁 주자들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선거 전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 조사상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공개 일정을 잡거나 언론에 자주 노출될수록 의도치 않은 '실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딜레마에 빠진 김동연·김경수
멀찍이 뒤처져 추격하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공개 일정을 많이 잡고 있지만, 이 대표를 공격하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고, 워낙 당내 여론 지형이 기울어져 있는 탓에 이재명 후보를 공격해도 먹힐 상황이 아닙니다.
열세에 있는 후보가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민주당 경선은 이런 상황과 거리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명선거 실천단 서약식을 열고 대선주자들에게 '네거티브' 없는 '품위 있는 경쟁'을 당부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번 경선이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지난 대선 과정의 '명낙대전'과 같은 과열과 분열이 재연되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서약식을 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른바 '명낙대전'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선두 주자였던 이재명 후보 측을 향해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거세게 제기하면서 경선판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선은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양측의 깊은 갈등의 골은 대선 본선에서도 봉합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선 패배에 이은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으로 후유증이 심각했습니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입니다.

"꼭 승리해야 한다", "완전한 내란 종식이라는 역사적 책무가 주어져 있다"는 민주당의 분위기가 강한 만큼, 2약으로 분류되는 두 주자가 이재명 예비후보를 비방하거나 분열하는 방식으로 반전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2약 주자들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입니다.
다만 2약 주자들이 정책적 차별화는 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이 일부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면세 방안을 제시하며 '감세' 카드를 꺼내든 반면, 공교롭게 두 후보가 '증세' 필요성을 언급해 정책 차별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4등 경쟁 치열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독주체제가 형성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에서는 경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민의힘은 11명의 서류 심사를 거쳐 8명의 1차 경선 참여 후보자를 정했는데,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인 김문수·홍준표·한동훈 후보과 함께 4강에 진출할 한 자리 경쟁이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1차 경선에서 주목받는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에 대한 공방전입니다.
반탄파(탄핵소추 반대파)인 김문수·홍준표·나경원 후보와 찬탄파(탄핵소추 찬성파)인 한동훈·안철수 후보간에 큰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 대행 출마론에 대해서는 다수의 후보들이 부정적입니다.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해온 박수영 의원은 김문수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김문수 후보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가 필승의 방법"이라고 한 만큼, 김 후보와 나머지 후보 간의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전선에서의 팀 플레이와 별개로 4강에 들기 위한 각개 전투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입니다.
한동훈 후보와 함께 찬탄파에 속하는 안철수 후보가 어제(15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의 출마는 이재명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검사 출신인 한 전 대표가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공격한 것도 각개 전투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에서 당내 경선과 별도로 '반이재명 빅텐트론'도 확산하고 있지만, 당 안팎의 다양한 변수를 극복하고 동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첩첩산중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