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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에는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대신에 매달 일정한 요금을 내고 그걸 쓰는 가전 구독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가전 구독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법이 교묘하다고 하는데, 먼저 박수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20살 최지훈 씨는 지난해 한 가전 판매점을 방문했습니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 7대를 구독하겠다고 계약했는데, 무려 2천400만 원어치입니다.
[최지훈/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부모님 댁에 이제 선물할 거라는 형식으로... (7대를 하루에 한 곳에서 다 하신 거예요?) 네. 6년 계약으로 해서요.]
매달 내야 할 구독료는 40여만 원.
하지만, 지훈 씨는 애초 이 돈을 낼 능력이 없었고, 부모님에게 선물한다는 말도 거짓이었습니다.
[최지훈/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카톡으로 지령을 받아요. 어떤 제품, 정확히 제품명 알려주면서 외우라고 시킵니다. 네가 연기를 잘 해라, 말을 잘해라.]
누가 이런 지시를 내렸을까.
[최지훈/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가전 '내구제' 쪽으로 대출해주는 사람, '배불뚝이'가 이제 알려주는데...]
이른바 배불뚝이.
누군가 가전제품 구독계약을 맺은 뒤 제품을 넘기면 그 대가로 돈을 꿔주는, 불법 대출업자 A 씨의 별명입니다.
급전이 필요했던 40대 자영업자 이현동 씨도 지난해 11월, 솔깃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현동/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가전기기를 구입하면 우리가 다시 되팔아서 급전을 만들어 준다(고 했어요.) 생년월일, 이름 불러주고...]
현동 씨는 200만 원을 꾸는 대가로 개인 정보를 넘겼는데, 나중에서야 자신의 명의로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 3대가 구독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현동/가명·가전 구독 계약자 : (배송 장소를 입력을 해야 될 건데, 장소는 여기로 하신 거예요?) 아니요. 그 사람들이 찍어준 장소가 있어요. 경기도 ○○시.]
그들이 배송지로 찍어줬다는 주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SBS입니다. (아무도) 안 계신 것 같아요.]
취재결과, 한 달 동안 이 집에 배송된 가전제품만 수십 대.
[이웃 주민 : 집에 냉장고가 왜 저렇게 많아. 세어본 것만 냉장고가 다섯 대가 넘어(라고 남편이랑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배송된 뒤 얼마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웃 주민 : 들어올 때는 박스로 되어 오는데 나갈 때는 박스가 아니라 천으로 다 포장해서 가고...]
그러니까, 배불뚝이 등 대출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전제품 여러 대를 구독 계약하게 합니다.
대신, 배송지는 사전에 섭외해 놓은 집으로 배달하게 합니다.
[가전 보관 장소 제공자 : (보관을 하는 대가로 한 어느 정도나 받으셨던 거예요?) 10만 원 줄 때도 있고, 며칠씩 그렇게 되면 30만 원 줄 때도 있고요.]
SBS 취재 결과 배불뚝이 일당에게 자기 명의로 구독 계약한 가전제품을 넘긴 사람은 110여 명, 규모는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홍지월, VJ : 김준호, 작가 : 박정선, 취재인턴 : 김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