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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구호요원에 대놓고 발포"…영상 공개

박재연 기자

입력 : 2025.04.05 19:30|수정 : 2025.04.05 19:31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과 구호 요원을 무자비하게 죽여 집단 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동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됩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전조등이나 비상 신호를 켜지 않고 수상하게 다가오는 차량에 발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공개된 동영상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담겨있어 전쟁범죄에 대한 비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지난달 23일 새벽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구호 요원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NYT가 유엔의 한 고위급 외교관을 통해 입수한 이 동영상에는 이스라엘군이 구급차와 소방차에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달리는 차량 앞 좌석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은 구급차와 소방차 여러 대가 비상등과 전조등을 켜고 달리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이들 차량은 도로 왼쪽에 멈춰 서 있는 구급차를 발견하고 멈춰 섭니다.

해당 구급차는 부상한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먼저 출동했다가 공격받은 상태였습니다.

구급차에 탄 사람들이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우려와 함께 차에서 내린 구호 요원들에게 갑자기 총격이 가해집니다.

카메라가 흔들리고 화면이 꺼졌지만, 오디오는 5분간 더 녹음됐는데, 그 시간 동안 총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어 한 남성이 아랍어로 이스라엘 사람이 있다고 말했고 구호 요원이 죽기 직전 샤하다(이슬람교 신앙 고백)를 반복해서 외는 목소리와 군인들이 히브리어로 명령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담겼습니다.

네발 파르사크 적신월사 대변인은 영상을 촬영했던 구호 요원이 집단 매장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급차를 무작위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군을 향해 비상등도 켜지 않고 수상하게 다가오는 차량이 여러 대 확인돼 발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사망자 15명 중 9명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라고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NYT가 공개한 영상에는 구급차와 소방차들이 비상등을 계속 켜고 있었을 뿐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구호 요원임을 알 수 있도록 차량에도 선명하게 표시가 돼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총재 유니스 알 카팁 박사는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피해자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 등 증거들이 이스라엘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팁 박사는 "피해자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표적이 됐다"며 이스라엘이 이들을 죽여놓고도 며칠 동안 행방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엔과 적신월사는 구호 차량이 공격받은 지 닷새가 지나고 나서야 이스라엘군과 협상을 통해 실종자 수색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카팁 박사는 적신월사 요원 한 명이 아직 실종된 상태이며 이스라엘이 그가 구금됐는지 아니면 살해됐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NYT가 사건이 발생한 현장의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틀 뒤 구급차와 소방차가 땅에 매몰됐으며 그 옆에서 이스라엘군의 불도저와 굴착기가 포착됐습니다.

적신월사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통해 NYT가 확보한 이 영상을 유엔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딜런 윈더 유엔 주재 국제 적십자사와 적신월사 연맹 대표는 이번 사건을 지난 2017년 이후 적십자사나 적신월사 직원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우려를 제기한다"며 독립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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