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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페이지가 넘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재판관들이 강조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 점을 강하게 비판한 부분입니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이 선포했던 계엄을 반복해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고, 더 나아가서 국가적 이익까지 중대하게 해쳤다고 헌재는 지적했습니다.
이 내용은 정윤식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1972년 종신 집권의 길을 열기 위해 선포됐던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박정희 전 대통령/국방뉴스 (1972년 10월 17일) :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 및 정치활동의 중지 또는 현행 헌법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시킨다.]
헌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국가긴급권 남용의 망령을 수십 년 만에 되살려냈다고 비판했습니다.
헌재는 1952년 이승만 정권의 계엄 선포와, 1971년 박정희 정권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12·12 군사 반란 세력인 전두환과 노태우의 1980년 계엄 확대 선포와 마찬가지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정치적 목적의 국가긴급권 남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숱한 희생 속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헌법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비상계엄은 자취를 감췄지만, 45년이나 지난 지금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고 헌재는 비판했습니다.
[문형배/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국가긴급권이 더 이상 남용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국민의 기대를 배반했고, 그 결과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질타했습니다.
또, 이번 비상계엄이 국민의 기본권과 헌법 질서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국익을 중대하게 해쳤음이 명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히 수행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믿음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게 됐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헌재는 그러면서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치러야 하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최대웅, 영상편집 : 최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