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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산불 진화하다 숨진 기장, "안전 강조하던 40년 베테랑"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3.27 05:53|수정 : 2025.03.27 05:53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추락해 숨진 A(73) 씨는 40년 비행경력을 자랑하던 베테랑 기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의성 산불 진화 헬기 추락 현장

경찰과 산림 당국, 강원도는 "헬기가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려 넘어졌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어제(26일) 강원도와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A 씨가 몰던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 헬기(담수 용량 1천200ℓ)가 추락했습니다.

40년이 넘도록 헬기 조종사로 일하던 A 씨는 2021년 임차 업체 에어팰리스에 입사했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화재 발생 넷째 날인 지난 25일 처음 투입됐습니다.

A 씨는 전날 오후 2시 인제에서 임차 헬기를 몰고 현장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후 오후 9시 34분부터 추가로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이날은 오전 9시 34분부터 25여분간 작업했고, 이후 휴식 및 급유를 한 뒤 낮 12시 44분쯤부터 다시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해당 업체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B(68) 씨는 A 씨를 두고 "차분하고 후배들에게 신망받던 선배"라고 했습니다.

B 씨는 A 씨를 "신앙심이 깊고 온화한 품성을 가졌던 사람"이라며 "늘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곤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B 씨는 "비행할 때마다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 하고 늘 동료들에게 안전하게 비행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분이었다"며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건 의로운 일이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찰은 추락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헬기가 짙은 연기에 가려진 전신주를 미처 보지 못하고 선에 걸렸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됩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본 목격자는 "헬기가 공중 진화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려 땅으로 떨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2일부터 닷새째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는 의성은 곳곳에 짙은 검은 연기가 치솟는 상황입니다.

화재진압 헬기 조종 경력이 있는 강원도 한 소방대원은 "진화 헬기 앞부분에는 전선을 자를 수 있는 기기가 설치돼있어서, 조종사는 걸리는 선들을 자르면서 불길에 접근한다"며 "하지만 연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전선을 자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성 산불 현장에서 근무 중인 한 공무원 역시 "불이 난 지점에 정확하게 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헬기가 낮게 날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산불 현장은 대체적으로 연기가 많이 나 시야 확보가 어렵다. 의성 산불 현장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헬기의 노후화 등의 문제도 제기됩니다.

사고가 난 기종은 1995년 7월에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습니다.

사고가 난 기종이 강원도의 임차 헬기인 만큼 김진태 강원지사는 의성 현장으로 출발해 헬기 추락 사고 현장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산림청은 헬기 추락 사고 직후 전국에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 운항을 전면 중단, 조종사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2시간 만에 재개했습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안전을 위해 사고 즉시 전국에 투입된 산불 진화 헬기에 대해 일시적으로 운항을 중지토록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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