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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만 양보한 푸틴, '극단 조건' 그대로…유럽, 공동 대응 재확인

김영아 기자

입력 : 2025.03.19 08:59|수정 : 2025.03.19 11:12


▲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30일간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과 포로 교환에 동의한 것은 최소한 수준에서의 양보만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1주일 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동의한 30일간 휴전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안보·정보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회담 직후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가 한목소리로 "공은 러시아로 넘어갔다"며 30일 휴전 합의를 압박했지만 실제로는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제한적인 합의만 끌어낸 셈입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피비린내 나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은 그대로 살상지대로 남고 드론과 미사일 폭격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속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내세워온 종전 조건 역시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분쟁 고조를 막을 핵심 조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적 지원과 정보 공유를 완전히 종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땅에 군사적 자원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 러시아의 재침공 야욕을 저지하려 하는 유럽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입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의 목표는 사실상 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끝내고, 옛 철의 장막 동쪽으로의 NATO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전면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다는 "매우 좋았고 생산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미·러간 "엄청난 경제적 거래" 전망을 환영했습니다.

스카이 뉴스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동"이라며 "이제까지 그가 한 일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일단 최악의 파국만은 피한 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너지 및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찬성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중재에 앞장서 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향해 만들어낸 진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라며 부분 휴전이 여기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환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은 러시아에 전면 휴전을 촉구하고 지속적인 평화에 입을 모았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으라는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선을 그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목표는 "견고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그에 따른 보장을 가능하게 하는 상세하고 완전한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의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인프라 휴전) 과정은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로 이어져야만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불법적 침공을 다시는 저지르지 못하는 데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은 유럽 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 대응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종전 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위한 유럽 중심의 자발적 국제 연합체 '의지의 연합' 논의도 계속합니다.

영국 총리실은 전날 '의지의 연합'에 30여 개국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실제 파병하는 국가도 상당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20일 런던에서는 이를 위한 작전 계획 단계를 논의하는 참여국 군 수뇌부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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