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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물이 동났다"...반도체가 부른 '물 부족' [스프]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입력 : 2025.03.19 09:01|수정 : 2025.03.19 09:01

[지구력] 삼성·SK 용인 클러스터, 서울 물 사용량의 60%


화천 댐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한강에 물이 동났다." 경기연구원에서 상수원을 연구하는 조영무 박사의 말입니다. 여의도에만 나가봐도 한강에 물이 넘실대는데 무슨 말일까요? 오늘 지구력은 지난 3월 12일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을 계기로 한강 물 부족 얘기를 해봅니다.

한강 유역에 댐이 10개나 되지만 이 중 용수 공급 목적으로 쓰이는 댐은 충주댐과 소양강댐에 그칩니다(횡성댐도 있으나 양은 미미합니다). 이 두 곳이 보내주는 하루 1천만 톤의 물이 수도권의 식수원 및 농공 용수로 쓰입니다. 나머지 7개 댐은 주로 발전용 댐입니다. 발전댐의 물 역시 전기 생산과 동시에 하류로 방류되지만 용수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발전용 댐은 전기수급과 가격 수준에 따라 수력발전기를 가동하는 발전량이나 발전 시간이 들쭉날쭉합니다. 반면 하류에서 물을 공급받는 쪽에선 연간 단위의 안정적인 공급 계획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불규칙한 방류는 수자원으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용수 계약률, 소양강댐 96% 충주댐 92%
문제는 충주댐, 소양강댐의 용수 공급 가능량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겁니다. 용수 계약률이 소양강댐 96%, 충주댐 92%로 나타났습니다. 자칫 큰 가뭄으로 저수량이 줄면 수도권 물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 겁니다. 2022년 만들어진 국가수도기본계획에 따르면 2035년 한강 유역 3개 댐 수원의 일평균 공급능력은 1,096만 톤이며 수요량은 1,031만 톤으로 여유분은 고작 65만 톤에 불과합니다.
반도체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향후 수도권 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게 될 2개의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자리 잡게 될 SK하이닉스와 남사읍에 지어질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각종 정밀부품의 세정 등에 막대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2022년 국가수도기본계획이 확정됐을 때는 SK하이닉스 클러스터의 잠재 용수 수요량만 반영됐을 뿐, 삼성전자가 들어설 남사읍 국가산단은 아직 발표도 안 됐던 때입니다. 

두 클러스터의 물 사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203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보면 SK하이닉스가 하루에 87만 톤, 삼성전자 80만 톤이라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합치면 167만 톤인데 현재 서울시 전체 하루 물 사용량 280만 톤의 60%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양입니다.
물


80년 만에 '용수 공급' 도입한 화천댐
이런 문제 때문에 지난 2023년부터 북한강 상류 화천댐이 동원됐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44년 발전용 댐으로 지어졌는데 완공 후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용수공급 기능을 추가 도입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발전 댐의 경우 방류가 들쭉날쭉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면서도 고정적으로 방류가 가능한 최적 물량이 얼마나 될지 실증했더니 초당 22톤, 하루 100만 톤의 공급이 가능한 걸로 나타났습니다(하지만 이 100만 톤이 용인 클러스터 2곳의 물 이용량 167만 톤에 곧바로 적용되진 않습니다).

여기에다 심각한 수준의 가뭄이 닥쳤을 때를 가정해 환경부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한강 유역의 물 부족량이 연간 3.76억 톤(하루 103만 톤)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 12일 기후대응댐 후보지가 확정됐던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의결 과정에서 환경부가 계산한 분석치입니다. 환경부는 지자체 간 취정수장 공조와 화천댐 다목적화 등 기존 수자원 효율화를 통해 부족분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2.82억 톤(하루 77만 톤)을 확보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신규 댐을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큰 규모의 댐이 강원도 양구 수입천댐(연 0.52억 톤)이고 그 밖에 단양 단양천댐(0.12억 톤), 연천 아미천댐(0.09억 톤), 삼척 산기천댐(0.002억 톤) 등이 그렇습니다.
댐
하지만 이 4곳 중 가장 덩치가 큰 수입천댐과 단양천댐이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 과정에서 '보류'됐습니다. 수도권의 물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의 희생이 불가피한 신규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이번 기후대응댐 후보지 확정에서 드러난 겁니다. 당초 14곳 후보지 가운데 9곳만 확정됐는데 상당수는 홍수나 가뭄으로 지역민들의 피해가 가중돼 왔던 곳들입니다. 댐 건설이 현지 동의를 구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양구 수입천댐의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용에 가깝다는 지적입니다. 주민 반발을 넘기 어려운 겁니다.

용수 공급용 댐 건설 논의에 앞서 기존 수도권 내 수자원 이용 효율화가 제대로 검토됐는지는 의문입니다. 환경부는 화천댐 등 기존 수자원 활용 18가지 방안과 하수 재이용 등 대체 수자원 확보 방안 25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수 대책을 적용해 봤지만 가뭄 심각시 물 부족분을 채우긴 역부족이라는 설명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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