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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 유동화증권 발행 작년 말부터 급증…"회생신청 전달 최대"

유덕기 기자

입력 : 2025.03.17 09:52|수정 : 2025.03.17 09:52


홈플러스의 주된 단기자금조달 수단이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이 작년 말부터 급증해,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 새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추고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르면 지난해 말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천518억 원으로 월별 기준 최근 2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이 3천60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천670억 원)보다 35% 늘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진 데 이어 지난달 정점을 찍었습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하고,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했습니다.

CP, 전자단기사채 발행은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도 주관했지만, 신영증권의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CP·단기사채 주관 발행 총액은 전년보다 42.1% 뛰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은 4천94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천285억 원)보다 50.6% 늘면서 증가폭이 컸습니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천억 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천억 원입니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왔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 대상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 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에 더해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이유에 관해 매출 확대를 위해 재고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기업회생 신청을 미리 계획하고 재고 확대에 나선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홈플러스는 3년 전부터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적자가 더 누적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시장 관행상 사전에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자산 공정가치 평가를 두고 국민연금 등과 이견이 있던 점도 작년 연말 내지 올해 2월 초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홈플러스는 매년 2월 말과 8월 말 반기 신용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2월 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2023년 2월 말 A3+에서 A3으로 각각 내렸고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 8월과 2023년 9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내렸습니다.

선례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미리 인지했거나 회생신청 계획을 미리 세우고도 단기채권 발행을 지속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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