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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고령 사회의 큰 숙제는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입니다. 신체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정신건강인데요. 고령층일수록 우울증 환자들이 늘고, 높은 '노인 자살률'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이혜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15년 넘게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75살 노인.
[75살 우울증 노인 : (약을) 안 먹으면 아무 일도 못하고, 차 타고 가다가 어디 내리는 줄도 모르고.]
언제부터인가 높은 불안과 함께 우울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75살 우울증 노인 : 저녁 약을 먹고 나면 잠을 한 2시간 정도 자고, 못 먹으면 30분도 못 자고 눈만 감고 있는 (상태예요.)]
노인 우울증의 원인은 젊은이들보다 더 복합적입니다.
은퇴 후 겪는 경제적 어려움, 노화에 따른 각종 기능 저하, 여기에 배우자나 자녀를 떠나보내면서 생기는 사회적 고립감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검사에 따라 통상 15점 만점에 8점 이상이면 노인 우울증으로 분류하는데, 노인 10명 중 1명이 우울증으로 추정되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 비율은 30%까지 늘어납니다.
우울증은 무기력, 초조함, 불면, 기억력 저하로 주로 나타나는데, 통증으로도 발현됩니다.
[손상준/수원시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장·아주대병원 교수 : 어르신들의 우울증 증세 표현이 아프다는 뭔가 막연한 신체 증상 그런 걸로 많이 나타나세요. 우리가 흔히 아는 우울증 모습으로만 접근했다가는 스크리닝(선별검사)에서 탈락을 많이 하시거든요.]
깊어진 우울증은 노인 자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40명꼴로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허은영/노인정신건강간호사 : 아프고 누가 날 챙겨줄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외로우셔서 스쳐 가는 자살 사고들이 많으세요. 어르신들이.]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주된 이유를 살펴보니 젊은이들과 달리, '돌봄 부담'이 포함된 게 눈에 띕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간병 자살, 민폐가 되기 싫다. 자녀에게 부담되기 싫다 이런 게 굉장히 강하게 깔려 있거든요.]
우울증은 깊어지기 전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노인 우울증'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전담 공공기관은 국내 딱 한 곳뿐입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신건강 관리는 치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 상담 60대 노인 :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람하고 어울리는 걸 되게 힘들어하잖아요. 나를 살게끔 해주신 분이 (전담 기관의) 선생님이죠. 선생님들 도움받고 끝까지 가야겠다, 그 생각을 합니다.]
노인 정신 건강문제 지원은 주로 지자체가 복지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편차를 줄이고, 서비스 지속성도 높이기 위해 중앙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조수인·장예은,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