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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콘텐츠 전성기, 우리가 넘어야 할 다음 산은?

미래부

입력 : 2025.03.15 15:01|수정 : 2025.03.15 15:44

- '애프터 넷플릭스' 저자 조영신 박사 인터뷰


K-콘텐츠 전성기
지난주 (트럼프 2기,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와 지지난주 (변화하는 시대, 가장 필요한 것은 피봇의 기술), 'SDF다이어리'에서는 CES 뒷이야기를 통해 기술 산업이 나아가는 방향을 들여다봤는데요. 오늘은 K-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K-콘텐츠 전성기 표
2020년대 들어 이전에는 꿈꾸지 못했던 일들이 우리 K-콘텐츠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엄연히 따지만 음악, 방송, 영화, 출판 등이 다 다른 분야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K-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현상은 1월 말 가수 지드래곤과 태양이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노란 동전 모으기 자선 행사'의 공연에서 현지 팬들을 열광시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라면, 또 이번 주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이 북미 개봉 후 첫 주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그 열기가 아직은 식지 않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K-콘텐츠의 전성기를 맞아 우리가 고민해야 할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요? 먼저 영상산업에 대해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 조영신 박사에게 들어봤습니다.
인사이트
 
조영신 박사 프로필
Q. 반갑습니다. 저희 SDF2015, 2016 미디어 심화세션 연사로 같이 해 주셨었는데요. 오늘은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로 모시게 됐습니다. 먼저 책을 쓰게 된 배경부터 여쭐게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지금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사람들은 '오징어게임2' 등을 보면서 한국미디어산업이 최절정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현장의 사람들과 현장 밖의 사람들 간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고 느꼈습니다. 다 같이 위기라 판단해야 손을 잡고 해결책을 모색할 텐데 실상은 위기인데 인식은 최고다 하면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한국 미디어 산업을 냉정하게 분석한 뒤 그 토대 위에서 해법을 같이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쓰게 됐습니다.
인터뷰 중인 조영신 박사
<지난달 10일 목동 SBS 본사에서 인터뷰 중인 조영신 박사와 이정애 SBS 미래부장>

Q. 어떤 부분에서 위기라고 보시는지요?

한국 미디어 산업은 콘텐츠를 팔 수 있는 거점 지역을 확대해 가면서 성장을 해왔어요. 그래서 작은 굴곡은 있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보면 미디어 산업이 등장한 이래로 지금까지 항상 우상향이었죠.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지상파에서만 팔다가 케이블, IPTV 등이 등장하면서 채널이 늘었고, 이로 인해 콘텐츠 수요가 늘었죠. 어느 정도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일본이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했고, 이 일본이 독도 문제 등으로 혐한이 되었지만, 곧이어 중국시장이 터졌죠.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구조였던 거죠. 그러다가 중국의 한한령이 터지면서 수요가 급작스럽게 줄어들었을 때 수호자처럼 넷플릭스가 등장해 우리 콘텐츠를 수급해 주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넷플릭스가 글로벌 유통 체인이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거예요. 새로운 시장이 더 이상 없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지리적인 확장보다는 상품의 단가를 높이거나 품질을 높여서 명품 취급을 받아야 수익성이 좋아질 텐데, 우리 (미디어 산업)이 아직은 그럴 형편이 아닌 것이죠. 몇몇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다 보니 우리가 명품인 줄 아는 것인데 아직은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콘텐츠를 더 많이 사줄 수 있는 품질로 만들 것이냐 그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애프터 넷플릭스2Q. 책에서 보면 우리 영상 콘텐츠가 강한 것은 맞는데 주로 아시아 국가한테만 강하더라.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신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유통을 지금 거의 넷플릭스를 통해서 하고 있다 보니 넷플릭스 지표를 통해 살펴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어요. 이 한계를 전제로 두고 말씀드리면 어쨌든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퍼포먼스가 굉장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넷플릭스는 국내 가입자 및 아시아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이고요. 하지만 넷플릭스가 그러면 유럽이나 북미 시장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도 한국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을까 질문해 보면 그것은 아닐 것 같다는 것이죠. 한국 콘텐츠의 대부분이 아시아 시장에서는 바로 반응을 보이는 반면엔, 북미 시장 등에서는 매우 낮은 확률로 반응을 보이고 있거든요. '오징어게임' 정도가 글로벌 1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적이 없고 '더 글로리' 같은 경우도 비영어권 1위라고 표현을 달잖아요.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표현이거든요. 남미랑 아시아 정도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라서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한계인데 그 한계가 지금은 실링에 도달한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가 일본 시장을 뚫고 중국 시장을 뚫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시아랑 비영어권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을 넘어서 영어권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지'라는 선택지를 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악 시장 쪽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가졌던 고민을 대입해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소녀시대부터 시작해서 현재 몇 세대에 걸친 아이돌의 성장사를 보면 국내 시스템을 근간으로 외지의 작사 작곡가 안무가 등 외국의 뮤지션들을 포용해 가는 과정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시스템은 철저하게 한국 기반이었어요. 처음에는 우리나라 아티스트로 채웠다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거점 국가 멤버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들이었잖아요. 거기에 외국 작사가나 작곡가 등을 편입시켜 한국 음악을 좀 더 글로벌 친화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고, 이번에는 그것도 정점에 도달해서 똑같은 시스템 하에서 '캣츠아이' 같은 완전히 서구 중심의 멤버들로 구성된 아티스트까지 등장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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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1) 북미 내 아시안 시장을 노려라!

그러면 한국의 콘텐츠는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영상 시장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긴 하지만 할리우드 등을 능가하지는 못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요소 시장으로 진입해 봐야 통제할 수가 없죠. 마치 일본의 소니가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한 뒤, 벌어졌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해요. 그러기에 철저히 우리의 시스템 위에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고, 그 방식으로 북미 시장에 진입해야 해요.

라틴이 북미 시장에서 주류가 되어온 과정은 우리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라틴이 1950년도부터 시작해서 2020년까지 성장해 온 과정을 복기해 보면 10% 정도의 인구를 가지게 되면 이 안에서 주류화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의 정서니까 한국의 정서로 투영을 해봤더니 한국의 인구는 너무 적은 거예요. 0.7% 밖에 되지 않으니까 이 인구로 5%, 10%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반면에 '아시안'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으면 4.7%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어요. 아시안이라는 문화가 굉장히 이질적이면서도 공통문화권이라서 한국 콘텐츠가 나아가기 좀 편한 문화권이라고 상정해 본다면, 2030년도 정도 되면 한 7% 정도 인구로 성장할 것 같아요. 아시안의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라틴 10%에 근접하는 수준이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북미 내 아시안 마켓을 놓고 콘텐츠를 그렸으면 좋겠다가 첫 번째 생각이고요.
그러면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아시아의 아시아인들에게 통하면 북미의 아시아인들에게도 소구 하지 않겠냐? 저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아시아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극강의 콘텐츠라면 북미의 아시아인들은 HBO 콘텐츠도 보고, 디즈니 콘텐츠도 보고, 파라마운트 콘텐츠도 보기 때문에 북미 시장을 고려한 콘텐츠는 훨씬 더 세련되고 고급져야 해요. 그것의 단적인 예가 '중증외상센터'인데 아시아 시장과 유럽시장에서도 꽤 관심을 받았어요. 그래서 '오징어게임2'처럼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를 했는데, 그렇게 못 갔어요. HBO에서 '더 피트'라는 ER 드라마의 속편인 의학드라마가 북미에서 방영이 되고 있거든요. 이와 비교해 보면 중증외상센터는 매력적이지 않게 되는 거죠. 더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극복해 가야 한다고 보고요. 그게 가능해지면 넷플릭스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용이 아니라 글로벌 용이 되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수급할 수도 있을 것이고요. 1조 투자가 2~3조 투자로 바뀔 수도 있겠죠.
중증외상센터-더 피트
< 비슷한 시기 개봉한 의학드라마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와 HBO의 '더 피트' >

전략2) 태국, 혹은 일본과 '공동제작'하라!

Q. 태국과의 공동제작을 강조한 부분도 관심이 갔는데요.

공동제작 파트너로 어디가 좋을지 조사해서 나온 결론이 '태국'하고 '일본'이었는데요. 우리가 과거에는 '공동제작'이라고 하면 우리 콘텐츠를 판매할 대상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거 잘 사주는 곳 그런 곳에만 관심을 가졌는데요. 이제는 목표가 글로벌이잖아요. 그러면 '글로벌에 나가고 싶어 하는 사업자가 누구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는 싶은데 '아직 한국처럼은 역량이 부족해' 하는 전제조건이 만들어지면 한국과의 협업의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것인데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태국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싶은 의지와 넷플릭스가 쳐다보는 시점 등등이 제일 강한 것처럼 느껴져요. 아시아 지역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제일 많이 만들어내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자막부터 시작해서 인프라 쪽이 강한 지역입니다. 또 다른 나라와 달리 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화 등 해서 과거 세계에 한번 자극을 줬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사업자들이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하거든요. 넷플릭스도 거기에 오리지널을 많이 실어주고 오리지널에 자막을 많이 붙여서 유통도 시켜보는데, 의외로 퍼포먼스는 잘 안 나오는 나라예요. 거기에 비하면 베트남은 글로벌로 나가겠다는 생각은 덜한 것 같고, 좀 다른 면에서 일본도 과거의 영광은 있었으나 현재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나라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은 욕망이 강한 나라라서 한국과 붙어볼 만하다 여겨집니다.

그래서 제 판단은 북미의 아시안 마켓을 제1 타깃으로 정하고 아시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추가로 들고 갈 수 있는 문화적 요소가 뭐가 있나 할 때 태국이나 일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영신 박사 인터뷰
< 인터뷰 중인 '애프터 넷플릭스' 저자 조영신 박사 >
생각하는 D
조영신 박사는 우리가 콘텐츠를 정말 잘 만드는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포청천'이 한국에서 되게 잘됐다고 해서 대만의 영상 산업이 잘 됐던 것이 아니듯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은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영화 산업이 글로벌 수준이라고는 아직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산업 가운데 글로벌에서 장기적으로 성과를 보여준 것은 음악 산업이 유일하고, 영상산업의 관점에서 '오징어게임'이 중요한 기폭제가 된 것은 맞지만 영상은 이제 글로벌하게 인지도를 확보해 가는 단계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음악시장이 그간 차근차근 시스템을 만들면서 성공확률을 높여낸 것처럼 영상시장도 성과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게 시스템을 글로벌형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가 K-콘텐츠의 전성기이든 위기이든 지금이 바로 그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인터뷰 정리: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SDF 다이어리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에서 작성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SDF 다이어리를 구독해 주세요. →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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