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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상품권 스캔들'에 사면초가…정권퇴진 압박 커지나

김경희 기자

입력 : 2025.03.14 11:22|수정 : 2025.03.14 11:22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연루 의원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거듭 요구하며 압박했던 이시바 총리가 정작 본인도 '상품권 배포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후배 의원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 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3일 초선 중의원(하원) 의원 15명에게 1인당 10만 엔(약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초선 의원들과 회식을 맞아 사비로 기념품을 대신해 상품권을 준비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총리 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치활동에 대한 기부가 아니며 정치자금규정법 문제에도 해당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에 저촉하지도 않는다"며 위법성은 전혀 없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분께 걱정을 끼친 것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사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전했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원 대부분은 이시바 총리 사무소 측에 상품권을 돌려줬고 이시바 총리도 불법 행위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 언론은 정권 존속 위기로 이어질 만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간부는 "퇴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같은 당의 다른 관계자는 "상품권을 준 총리 측도, 받은 자민당 의원 측도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동요가 생기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회자할 것"이라는 집행부 관계자 발언을 전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정치단체 간 금전 수수는 불법이 아니지만 개인이 정치가에게 금전 등을 기부하는 것은 금지되는 만큼 정치자금규정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총무성은 상품권 등 유가증권이 금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기부금을 수수한 양측 모두 1년 이하 금고형이나 50만 엔(약 49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자금규정법에는 "누구도 공직 후보자의 정치활동에 관해 기부(금전에 한하며 정치단체는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고, 공직선거법은 "공직 후보자나 공직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선거구 내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명의로도 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학자인 이와이 도모아키 니혼대 명예교수는 "10만 엔은 사회 통념상 기념품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며 "파벌 비자금 문제가 있는 와중에 의심을 살 만한 물건을 건넸다는 것 자체가 센스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시바 총리와 정부는 일단 사태 진정을 모색하겠지만, 야당은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지통신은 예상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당장 예산안 통과 등을 위해 국회에서 야당 질의에 답변하고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 상품권 스캔들은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일부 정책에서 입장을 여러 차례 바꿔 "판단을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자민당이 반대하는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를 일부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미우리는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참의원 의원을 중심으로 총리의 정권 운영에 대한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며 "이번 문제로 당내 구심력 저하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민당 보수파는 연일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니시다 쇼지 의원은 "지금 체제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고 말했고,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도 이시바 총리를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달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으로 나온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도쿄신문은 "정치자금은 기시다 정권뿐만 아니라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정권에서도 문제가 됐다"며 아베·스가 전 정권 당시에도 정치자금 문제가 정치 불신과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해설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도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입니다.

애초 일본 내에서는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관세 등 껄끄러운 사안이 거론되지 않자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이런 낙관적 기류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에서 일본이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데다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백악관에서 일본의 최대 민감 품목인 쌀의 관세율을 문제 삼는 발언까지 나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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