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의 해군 하면 '노후함'의 대명사였습니다. 보유 함정 수는 많을지 몰라도 함정들이 오래되고 낡아서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전반적으로 남한에 뒤지지만, 특히 해군 부분은 남한과는 대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정은, 해군력 강화에 주력
그런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해군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8월, 집권 이후 처음으로 '해군절'(8.28)에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김정은은 해군 무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육, 해, 공군을 앞으로는 해, 육, 공군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현대전에서 해군은 각이한 타격 수단들과 지어 국가의 핵억제력까지도 장비하고 운용하는 종합적인 전력이며 해군 무력만 잘 준비돼도 나라의 안전을 수호할 수 있습니다.
해군의 역할의 중요성, 특히 우리 국가의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하여 앞으로는 육, 해, 공군이 해, 육, 공군이라고 불리워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 것입니다.
우리 해군은 유사시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데서 제일 큰 몫을 맡아 수행하여야 합니다."
<'해군절' 김정은 축하 연설, 2023년 8월>
김정은은 특히 해군이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해군이 핵무기 공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국가 핵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 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
<'해군절' 김정은 축하 연설, 2023년 8월>
해군 전력 현대화는 수상함과 잠수함 모두를 포괄하지만, 해군을 핵공격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주로 잠수함을 통한 핵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잠수함으로 적진 가까이 은밀히 침투해 핵탄두를 탑재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필요한 두 가지는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SLBM과 잠수함입니다.
먼저, SLBM 능력을 보면 북한은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2016년 8월 24일 SLBM '북극성'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2019년 10월 이를 개량한 SLBM '북극성 3형', 2021년 10월과 2022년 5월에는 이를 소형으로 개조한 SLBM을 발사함으로써 SLBM 발사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2022년 9월에는 '소형 SLBM'을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기이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형을, 2021년 1월 열병식에서는 '북극성-5ㅅ'형을 공개함으로써 좀 더 개량된 SLBM이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다만, 이 SLBM들은 아직까지 발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실제 작동 가능한 무기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은 SLBM 발사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핵탄두 탑재 능력도 북한의 핵개발 수준으로 볼 때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북, 잠수함 능력은 가지고 있나
다음으로 북한이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SLBM을 발사한 잠수함은 2천 톤급 신포급 잠수함입니다. 2016년 SLBM 첫 발사를 기념해 '8‧24 영웅함'이라고도 불리는데, 잠수함에서 높이 솟아 있는 함교 옆쪽으로 수직 발사관을 설치한 형태입니다. 이 잠수함은 수직 발사관이 1개밖에 없어서 실전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SLBM 발사를 시험하기 위한 잠수함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북한이 SLBM을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SLBM 발사에 걸맞은 대형 잠수함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그래서 대형 잠수함 건조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9년 7월 대형 잠수함을 만드는 듯한 모습을 공개하더니, 2023년 9월에는 김정은 참석 하에 전술핵공격 잠수함이라는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2019년 살짝 보여줬던 잠수함의 실물을 공개한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을 보면 SLBM 발사관이 대형 4개, 소형 6개 보입니다. SLBM을 운용하는 실전용 잠수함이라고 볼 수 있는데, 북한도 이 잠수함을 '첫 수중핵공격 함선'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정은은 진수식 연설에서 '김군옥영웅함'이 기존 중형 잠수함들, 즉 1천800톤급 로미오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전술핵 탑재 잠수함들로 개조하는 '저비용 첨단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천800톤급 잠수함을 SLBM 발사관 10개를 장착하도록 무리하게 확장시켰기 때문에 잠수함이 제대로 기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내용을 밝혔습니다.
첫째, 해군의 핵무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핵잠수함을 취역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젤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핵공격용 함선으로 진수했지만, 디젤 잠수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체적으로 벌어지는 바다 싸움에 주동적으로 대처하고 해상에서의 자위권을 확실히 행사하자면 우리 해군의 확고한 사상정신적 우세에 군사기술적 장성이 반드시 동반되고 따라서야 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핵무장입니다. 이제는 우리 해군이 얼마나 빨리 핵무장을 갖추는가, 다시 말해서 위력적인 핵잠수함을 취역하는 것이 오늘인가 내일인가에 따라 우리 국가의 해상 자위권이 제대로 행사되는가 유명무실해지는가, 영토 완정과 평화가 보장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운명적인 국사가 좌우되게 되었습니다."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둘째, 북한의 능력으로는 단기간에 핵잠수함 취역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핵잠수함은 원래 원자로를 동력 체계로 삼는 핵추진잠수함을 말하는데, 김정은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면 핵잠수함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핵잠수함 마련이 어려운 만큼, 이런 억지 주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잠수함에서는 동력 체계와 잠항 속도와 항해 장비 수준 등의 능력이 매우 중요하며 통칭 작전 능력으로 평가되지만 또한 어떤 무장을 탑재하는가가 제일 중요한 기본으로 되며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셋째,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우리의 발전전망적인 핵잠수함 건조 계획과는 별도로…"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오늘의 진수식은 우리가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데 못지않게…"
"이와 함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더 큰 박차를 가하여…"
<김군옥영웅함 진수식 김정은 연설, 2023년 9월>
김정은, 왜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주력하나
김정은은 왜 이렇게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주력하는 것일까요?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은 핵추진잠수함에 실었을 때 상대에게 엄청난 공포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보다 속도도 느리고, 축전지 충전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수시로 물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만큼 발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은 모든 것을 물속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무제한 잠항이 가능합니다. 한번 잠항을 시작하면 언제 어디서 떠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에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을 가지고 있다면, 미국으로서도 북한 잠수함이 갑자기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나타나 미국 본토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때부터 핵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제시했고, 지난해 1월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 때에는 핵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8일 북한은 김정은이 핵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한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잠수함 외부만 일부 보이는 사진상으로는 건조 중인 잠수함이 핵잠수함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고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 기술적 능력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김정은이 꾸준히 핵잠수함 건조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핵잠수함을 만들고 있다는 북한의 언급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