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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전 책에 담긴 놀라운 통찰…상대를 잘 다루는 방법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5.03.16 09:02|수정 : 2025.03.16 09:02

[조직생활, 제갈량에게 묻다 ⑨] 일사불란함만으론 적을 이길 수 없다 (글 : 양선희 소설가)


양선희 중국본색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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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장원』은 제갈량이 군사를 교육한 매뉴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 책이 구체적인 실무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런 실무적인 사례들을 보겠습니다.

『장원』의 열셋째 강령은 부대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다양한 팀을 짜야 한다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든다.

① 투지가 뛰어나 어떤 강적을 만나도 홀로 맞설 수 있는 병사들로 특전대를 편성한다. (보국지사報國之士)
② 용기가 있고 건장하고 민첩한 병사들로는 돌격대를 편성한다. (돌진지사突陣之士)
③ 발이 가볍고 잘 달리는 병사들로 기동대를 편성한다. (건기지사搴旗之士)
④ 나는 듯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면 백발백중하는 병사들로는 선봉대를 편성한다. (쟁봉지사爭鋒之士)
⑤ 활을 쏘면 반드시 맞추고, 맞추면 반드시 죽이는 병사들로 경무장타격대를 편성한다. (비치지사飛馳之士)
⑥ 먼 거리에서 강한 쇠뇌를 쏴서 명중시키는 병사들로 중무장타격대를 편성해 적의 예기를 꺾도록 해야 한다. (최봉지사摧鋒之士)

고대 군대의 얘기여서 지금 별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할 단서는 있습니다.

먼저 제갈량은 이 강령을 시작하면서 "군대의 성패는 부대를 다양하게 편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여기는 군대입니다. 우리는 흔히 군대는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요. 한데 '일사불란'이 아닌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더 나아가 "부하들의 특징을 살펴 그에 맞는 자리에 배치해 다양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일을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조직을 운영할 줄 아는 관리자가 조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관리자라면 자기 조직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건 현대에 이르러 발전한 생각이 아닙니다. 1800여 년 전 사람이 쓴 병서 속에 이미 있던 얘기입니다.
 
# 사람의 마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군자를 모멸하면 마음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되고, 소인을 모멸하면 힘을 다하는 자가 없게 된다."

『서경』에 나오는 대목이다. 용병을 하려면 반드시 인재들의 영웅심을 끓게 해 끌어들이고, 상벌을 엄하게 시행해 병사들의 투지를 고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문무를 겸비하고, 강하고 부드러운 전술을 동시에 구사하며, 음악과 문학 등의 문화적 취향을 활용하며 인의를 지용(智勇)보다 앞세워야 한다.

『장원』은 병서입니다. 성경처럼 인간을 사랑하고 선하게 사는 방법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싸우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가 승리(이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다루고 활용하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장원』은 적을 다루는 법, 아군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적과 대치하는 방법 등을 이렇게 나열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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