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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위기에 빠진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 오늘(11일)도 들여다보겠습니다. 반도체 경쟁의 핵심은 결국 기술력입니다. 그 말은 연구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 현장에서는 연구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박현석 기자입니다.
<박현석 기자>
지난 20여 년간 한국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지배해 온 배경은 '초격차'로 불린 기술력이었습니다.
[이종호 교수/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전 과기부 장관) : 후발주자가 되면 항상 또 끌려다녀야 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같은 일을 하고서도 이익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엔비디아와 TSMC 같은 비메모리 기업의 패권이 강화됐는데, 우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김용석 석좌교수/가천대 반도체대학 : 온디바이스 AI라고 하는 그 분야에 집중을 하게 되면, 제조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그런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2031년 우리 반도체 산업이 필요한 인력은 30만 4천 명인데, 7만 6천 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석박사 등 핵심 연구 인력이 필요에 비해 가장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인데, 그나마 양성된 핵심 인력도 중국과 미국에 빼앗기는 게 현실입니다.
[안기현 전무/한국반도체산업협회 : 중국 회사에 가면 주축 연구자가 한국 사람이다. 미국 반도체기업에 가도 주축인 사람이 한국 사람이다. 이런 얘기들을 우리 안에서는 합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정부의 지원을 업은 중국 업체들의 한국 인재 영입은 공세적입니다.
[중국 업체 한국인 직원(대독) : 처음에는 제품 설계 이런 쪽이었는데, 지금부터 필요한 건 생산 캐파(능력)를 늘리고 있는 단계라 설비를 잘 아는 사람들을 찾아서 데려오려고 하는 상황인 거죠. 연봉은 최소 두세 배 이상은 될 거고.]
3년 전 정부는, 15만 명의 인력을 양성해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공계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삼성전자 등으로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학과에서는 정원의 2배 가까운 등록 포기자가 발생하는 게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제일,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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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런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서는 주 52시간을 풀어줘야 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라, 이런 내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처리는 미뤄지고만 있는데, 이 내용은 박원경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박원경 기자>
현직 반도체 연구원은 사무실의 월말 풍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직 반도체 연구원 : 한 이틀 정도 남겨 놓고는 이제 팀장님이 돌아다니면서 야 너 몇 시간 남았어,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 거죠.]
휴게시간을 올려 근무 가능 시간을 확보하는 편법도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현직 반도체 연구원 : 하루에 3시간씩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미리미리 근무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이 보장된다면, 연구 개발직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직 반도체 연구원 : 수율을 올리거나 품질을 개선시키는 것 자체는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는 절대 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에 예외가 허용되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고,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손우목/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자살률, 뇌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높다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으로 3개월 내 주 64시간까지 근무하고 연장도 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제를 놓고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신하나/민변 노동위원장 : 삼성전자는 자사 반도체 연구 개발직에 대한 특별연장근로를 여러 차례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업계 관계자 : 연장 요건이 이제 좀 까다로워서 현재 3개월 단위로 돼 있는 부분을 한 6개월 단위로만이라도 조금만 늘리면 그래도 이 제품 개발이라든가 이런 데서 이제 숨통이 트이지 않나.]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최대 쟁점이 되며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처리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1회 인가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시간 싸움'이라는 반도체 기술 전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여야, 노사의 타협이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김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