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해빙 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차단을 해제했다고 밝힌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안보 보장 요구'를 당장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이견이 좁혀진 것은 아닌 만큼 회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지 시간 9일 로이터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의 고위급 회담은 오는 11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충돌'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양측의 공식 접촉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됩니다.
최악으로 치닫던 양측의 긴장은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다소간 누그러지는 형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제공 중단을 해제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거의 해제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뭔가를 진지하게 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회담에서 '부분 휴전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FT가 익명의 우크라이나 및 유럽 측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장거리 드론 및 미사일 공격과 흑해에서의 작전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해제해달라는 일종의 절충안입니다.
공습, 해상 작전, 에너지 및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우선 멈춘 뒤 포로와 납치된 어린이 인질 등을 교환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더 광범위한 평화 협정을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휴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안전 보장'을 요구해 온 우크라이나의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FT에 "전략이 바뀌었다"며 "안보 보장이 우선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해진 만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지원을 잇따라 끊은 이후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에서 상당한 영토를 수복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등도 우크라이나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양보가 양측의 입장 차이를 봉합하기에 충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 측 관계자는 로이터에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한다'면서,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단순한 평화가 아니라 '현실적인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는 데 광물 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영토 할양이나 대통령직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더 전면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과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최종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종류의 일시 휴전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만 휴전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며 서둘러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