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인사도 안 하나" 호통에 싹싹 빌었지만...너무 쉬운 해고에 눈물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5.03.11 09:00|수정 : 2025.03.11 09:00

[갑갑한 오피스] "인사 안 했다고 해고"·"노조 만들었다고 해고"…취업보다 해고가 쉽다? (글 : 김기홍 노무사)


해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연방 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인 수습사원은 해고하고, 연방 공무원 230여만 명에게 최근 업무 성과를 보고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등 대량 해고를 암시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이렇게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를 두고 우리나라 한 보수 언론은 "한국에선 꿈도 못 꿀 美 연방공무원 무더기 해고"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며, 마치 우리나라는 해고하기 어려운 나라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직장갑질119가 작년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해고 난이도 및 해고 요건 강화 법 개정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직장인들에게 한국 사회가 해고가 어려운 사회인지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5.5%가 '그렇지 않다'로 응답하였다. 무엇보다 '법 개정을 통해 해고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74%로 높게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에는 해고와 관련하여 해고의 제한(23-24조), 해고 예고(26조), 서면 통지(27조) 등의 조항이 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제23조), 특히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등 다른 해고보다 더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제24조). 그리고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해야 하며(제26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제27조). 법조항만 보면 위 기사처럼 해고하기 어려운 나라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법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래 사례를 보면 실제 직장에서는 당연한 권리인 정시 퇴근이나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고 해고당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자고 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을 받기도 했다.
 
어제 일방적으로 월말까지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이번 주까지만 나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정시 퇴근과 연장근로수당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직장갑질119, 25년 2월 카카오톡)
 
제가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자고 했다는 이유로 사측이 제게 권고사직을 권유했는데 거부하자 곧바로 보직해임, 자택대기발령을 내린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저를 해고했습니다. 노무사를 선임해 부당해고 대응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장갑질119, 25년 2월 카카오톡)

심지어 서울 중랑구의 한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고, 일자리를 잃고 두 달을 쉰 뒤에야 일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비노동자를 '임계장' 또는 '고다자'로 부르기도 하는데, '임시 계약직 노인장'과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의 줄임말이다. 갑질과 부당함도 참고 죽은 듯이 일해야만 겨우 직장에 남을 수 있다.
"교대근무 시간이 촉박해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었어요. 갑자기 ‘경비원’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보니 관리소장이었습니다. '인사도 없이 가느냐'며 호통을 쳤고, 소리소리 지르며 거수경례를 하라고 했어요.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하고 싹싹 손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매일노동뉴스, 2021년 11월 24일)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