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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의심하는 나토 '집단방위'…미국 위해 딱 한번 발동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3.10 07:10|수정 : 2025.03.10 07:10


▲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원칙인 '집단방위'에 거듭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으나, 정작 역사상 단 한 차례 실현된 나토 집단방위는 미국을 위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특정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원칙을 담은 나토 조약 5조는 나토가 1949년 창설된 이후 76년 역사상 딱 한 번 발동된 적이 있습니다.

알카에다가 2011년 9·11 테러를 감행해 미국 영토에서 3천 명 가까이 살해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나섰고, 5조 발동에 따라 나토 병력이 투입됐습니다.

20년에 걸친 대테러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 대부분은 미국인이었지만, 그 가운데 1천 명 이상은 나토 연합군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을 향해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나는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며 거듭 방위비 증액 약속 이행을 압박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곤경에 처하면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러 올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하며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집단 방위 체제에 의문을 보였습니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구소련의 세력 확산 저지를 위해 창설된 집단안보 체제로 미국, 캐나다 등 북미 2개국과 다수의 유럽 국가 등 32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해있습니다.

하지만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그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해 온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집단방위라는 나토의 대전제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편, 나토 회원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날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나토 집단방위 조약을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유럽 안보 관련 정상회담을 가진 후 이탈리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나토의 집단 조항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집단방위를 적용하는 방안이 정상회담에서 제안된 방안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유럽군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효과적이지 않고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나토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를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확실한 안보 보장에서는 선을 긋고 있으며, 유럽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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