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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돼?" 아내 아스팔트에 내리쳐 '퍽퍽'…결국 사망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3.10 07:15|수정 : 2025.03.10 15:53


"네가 보육원에 애들을 맡겨놓고 바람피우는 게 말이 되냐"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 소문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이를 이혼소송의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해 4월 12일 아내의 집 근처를 찾은 A(38)씨는 그곳에서 아내 B씨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A 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B씨를 향해 소리치며 주먹으로 때리고는 양손으로 머리를 잡아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쳤습니다.

그러고는 B씨의 머리를 발로 강하게 여러 차례 밟았습니다.

B 씨는 전혀 저항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A 씨를 따라 간 사촌 누나는 물론 행인들까지 달려들어 말렸지만, A 씨는 다시 한번 B 씨의 머리를 강하게 밟았습니다.

결국 뇌를 심하게 다친 B 씨는 40여 일 만에 미만성 뇌 손상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2월 11일 지인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서로를 폭행했고, 이 일로 B씨가 집을 나가면서 별거 중이었습니다.

A 씨 부부에게는 2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별거 이전부터 두 사람은 양육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별거 이후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서로 양육책임을 전가하면서 '상대방이 자녀를 학대하고 유기했다'며 여러 차례 112신고 하거나 아동학대로 고소했고, B 씨가 A 씨를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11년간의 결혼생활은 파국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4월 11일 B 씨가 자녀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원의 '임시조치결정서'를 자녀들의 아버지 자격으로 받았습니다.

결정서에서 B 씨의 변경된 주소를 확인한 A 씨는 이튿날 B 씨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이성의 끈을 놓고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애초 살인미수죄가 적용되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던 A 씨의 죄명은 살인죄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더해 '피해자보호명령이 결정될 때까지 B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임시보호명령을 어기고, 3월 초부터 약 한 달간 네 차례 전화를 걸고, 227회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가정폭력처벌법 위반)도 더해졌습니다.

A씨는 법정에서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범행 경위와 공격 부위, 횟수와 반복성 등을 종합하면 A씨가 범행 당시 순간적이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10년이 넘는 기간 부부로 지내온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범행 결과 역시 심히 중대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는데도 피고인은 고의를 부인하며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최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2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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