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간 CES 참석 및 보도해 온 '더밀크' 손재권 대표 인터뷰
어느덧 3월입니다. 지난주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를 주최하는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의 킨제이 파브리지오 신임 사장 인터뷰(클릭)를 전해드렸는데요. 실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2025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지난 14년간 CES에 직접 참석해 보도·분석해 온 ‘더밀크’ 손재권 대표를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분들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실리콘밸리에 본사 둔 ‘더밀크(The Miilk)’의 손재권 대표입니다. 더밀크는 크로스보더 리서치 미디어로, 미국과 한국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로컬 인사이트로 바꿔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회사입니다.
Q. 더밀크라는 이름이 참 독특한데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제가 신문 기자 출신인데요. 어릴 때 저희 집에는 항상 아침마다 신문과 우유가 함께 배달되었는데, 우유처럼 뉴스도 신선해야 하고, 둘 다 우리의 일상에 필수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우유가 하루 이틀 지나도 폐기되지 않고 치즈나 아이스크림 같은 다양한 유제품으로 만들어지듯이, 정보도 시간이 지나면 분석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속성이 닮아 있다고 봤어요.
‘더밀크’는 유료 구독 미디어입니다. 저희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점이 강점입니다. 일반적인 리서치 자료는 AI 도구인 챗GPT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현장의 정보들은 사람들 간의 대화나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수면 아래’의 정보를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고 있어,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도 하고 있습니다. 또 CES, MWC,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와 같은 미국의 주요 테크 중심 컨퍼런스에서 공식 미디어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번 CES에서도 리포트를 만들어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굴해 제공하는 종합적인 정보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Q. 2019년에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처음부터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특히 유료구독 모델을 선택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료구독 매체'라는 점이 어려운 부분이에요. 페이월(Paywall) 때문에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지 않다 보니, 독자의 접근이 제한될 수밖에 없죠.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오면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나 정보 서비스를 가장 먼저 끊거든요. 그럼에도 미국에 오래 머물면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신뢰받는 언론들이 모두 페이월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러한 미디어들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구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한국도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선진국 시민들은 정보 소비에 가치를 두며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영국,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처럼요. 그래서 저희도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스타트업 단계이고,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독자분들의 성원 덕분에 유료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CES 2025, AI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주다"
Q. CES2025에 다녀오셨는데요.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무엇이었나요?
지난해 챗GPT 등장 이후 AI는 모든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올해 CES에서도 주요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AI’였습니다. 예년과 달랐던 점은 ‘AI 기업’ 임을 내세우는 곳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AI가 제공하는 가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강조하는 ‘프로페셔널한 메시지’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AI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이 ‘환호’보다는 ‘두려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AI가 나를 감시하는 건 아닌지,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업들은 AI가 위협이 아니라 ‘인간을 돕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CES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도 큰 화제였는데요. 젠슨 황은 ‘피지컬 AI(Physical AI)’, 즉 ‘물리 AI’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기존의 AI가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리얼 월드 AI’로 확장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 이후의 미래까지 언급되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AGI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죠. 젠슨 황의 발표는 마치 과거 반도체 산업의 ‘무어의 법칙’처럼, 앞으로의 AI 시대를 이끌 ‘젠슨 황의 법칙’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CTA(CES 주최 측)가 젠슨 황 CEO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CES는 원래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쇼(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인데, 이제는 반도체 기업이 기조연설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산업의 중심이 단순히 ‘스마트폰 몇 대 판매’와 같은 소비자 제품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에너지’, ‘순환 경제’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죠. 이번에 파나소닉 CEO도 기조연설자로 나섰는데, AI의 큰 약점인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파나소닉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CES의 역사를 보면, 60년대에는 라디오, 80년대에는 TV, 이후에는 평면 TV, 홈시어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소비자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진행됐어요. 이제는 단순히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이제는 ‘AI 전환’의 시대로 가고 있죠. 기존의 B2C(비즈니스-소비자) 중심에서 B2B(비즈니스 간 거래) 및 B2G(비즈니스-정부)로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도 이제는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비클(Software-Defined Vehicle, SDV)’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CES에서는 이러한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스타트업, 낙타가 사막을 걷듯 버텨야 할 때"
Q. 스타트업 업계 이야기를 해볼게요. 최근 스타트업 업계가 ‘겨울’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미국과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요?
현재 스타트업 업계는 정말 ‘한겨울’이에요. 사실 스타트업은 원래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고,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며 꿈을 ‘피칭(pitching)’해야 하죠.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틈새를 공략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Q. 미국과 한국의 스타트업 상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미국과 한국 모두 스타트업 업계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은 같아요. 하지만 미국은 강력한 내수 시장과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 덕분에 여전히 기회가 있습니다. 미국은 분기 성장률이 3%에서 5%까지 나오기도 하고, AI를 도입해 기업 내부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요. 이는 부가가치 창출과 단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죠. 반면 한국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수출 시장이 위축되고, 자본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시장 자체가 제한적이라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공간이 더욱 협소해진 상태예요. 지금은 ‘낙타가 사막을 걷듯’ 버텨야 할 때입니다. 낙타는 물을 조금만 먹고도 사막을 건널 수 있잖아요.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그런 마음으로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작은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 중 하나는 한국은 스타트업조차 정부 정책처럼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CES에 가보면 ‘한국관’, ‘서울관’, ‘부산관’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시관이 많아 마치 ‘리틀 코리아’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관(官) 주도의 혁신이 강한데, 스타트업들이 그 흐름에 묻어가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CES뿐만 아니라 팁스(TIPS) 프로그램이나 정부의 벤처캐피털 모태펀드 같은 지원도 매우 훌륭하고 의미 있는 정책이지만, 이런 지원이 많아질수록 스타트업의 자생력이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과거 ‘정부 경제 5개년 계획’처럼 철저하게 계획된 정부 주도의 혁신과 스타트업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런 정부 지원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기후 변화 대응, 국방, 퀀텀 컴퓨팅, 뇌 연구, 암 정복 같은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프로젝트에는 정부 지원이 들어갑니다. 이런 분야는 개별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기금이 지원되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거의 없고,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 주는 게 어떨까 합니다.
Q.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실리콘밸리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분위기가 확실히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 실리콘밸리는 워싱턴 DC와 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거리가 멀었어요. 그래서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었죠. 예전에는 구글, 메타,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이 정부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고 성장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르면서 정치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거죠.
Q.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를 신설했는데, 그 배경도 궁금해요.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건데, 미국의 관료 시스템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죠. 테슬라의 로봇 택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법, 연방법, 카운티법까지 복잡한 규제를 체감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도 1기 때 정부 관료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머스크가 ‘정부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부추기면서, 정부효율부가 신설된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미국 정치와 실리콘밸리의 관계가 더욱 밀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관료주의(bureaucracy)가 국가를 좀먹는다는 시각이 강해졌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흐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공산주의 붕괴나, 코닥 같은 기업이 몰락한 이유가 내부 관료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죠.
이제는 실리콘밸리도 정치권과 친해지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워졌어요. 대표적인 예가 틱톡(TikTok) 금지 사례예요. 틱톡이 금지되어야 페이스북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마크 저커버그는 틱톡의 전신인 ‘뮤지컬리’를 인수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그 회사는 중국으로 넘어가 틱톡이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이후 새로운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저커버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틱톡을 막는 것이었죠. 그래서 정부에 엄청난 로비 자금을 투입했고, 결국 금지까지 시켰습니다. 최근에 다시 풀리기는 했지만요.
실리콘밸리는 정부 정책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페이스X’ 같은 우주 산업, ‘테슬라’ 같은 전기차, 그리고 암호화폐까지 전부 정치적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입니다. 실리콘밸리도 주가를 올리고 사업을 유지하려면,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워싱턴 DC도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뉴욕과 워싱턴 DC에도 테크 기업들이 오피스를 두고 있지만, 결국 인재들은 서부,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실리콘밸리는 로비 자금도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미국의 슈퍼파워를 상징하는 산업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것이 할리우드, 맥도널드, 스타벅스, 나이키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였다면, 지금은 메타,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을 상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2기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할리우드 배우나 나이키, 맥도널드 CEO 대신, 애플, 구글,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 인사들을 초청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완전히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머스크는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정부 정책과 직접 연결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택시 사업의 경우, 미국의 복잡한 연방법과 주법, 카운티법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머스크는 이러한 관료적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보시기에 어떤지 궁금합니다.
실리콘밸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본사를 옮기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오스틴 같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를 ‘쇠퇴’가 아니라 ‘확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스틴으로 이동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식 혁신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며, 기존에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집중되었던 스타트업 중심의 벤처캐피털 혁신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지역에 벤처캐피털 펀딩의 60~70%가 집중되는 것은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건강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따라서 혁신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가 중심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거대한 ‘AI 타운’으로 자리 잡았으며, 웨이모(자율주행차)나 로봇택시, 테슬라 등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이 도시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과 인재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성숙된 산업이나 기업들은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리콘밸리는 높은 땅값과 생활비 문제로 인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설문조사를 보면,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나갈 사람들은 나가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원래 R&D(연구개발) 투자가 적었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스페이스 테크, 퀀텀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혁신은 외부에서 가져오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인재를 미국으로 불러들이고, 이곳에서 부를 창출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미국 내에서 직접 혁신을 만들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었습니다. 즉, 미국에서 연구개발을 하고, 미국을 위한 산업을 육성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Q.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입증한 경험이 있습니다. K-POP, K-드라마, K-영화뿐만 아니라 K-뷰티, K-푸드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한국의 브랜드가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문화를 경험하려면 일부러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미국 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의 변화입니다. 트로이 목마 전략처럼, 한국 기업과 인재들이 글로벌 시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과 AMD CEO인 리사 수는 대만 출신입니다. 그들은 미국에서 혁신을 이루었지만, 결국 대만에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세우고 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운 후, 자연스럽게 한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무대에서 인재를 키우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젊은 청년들이 글로벌 시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지원해야 하며, 스타트업도 한국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화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의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면 휩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지금 이 글로벌 파도를 타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손 대표에게 조금은 가벼운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전환기, 자신에게 백지수표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저에게 지금 백지수표가 있다면 일리아 수츠케버 전 오픈 AI CTO, 그리고 2024년 노벨물리학상 받은 제프리 힌튼과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 교수 같은 분들을 한국에 초대하고 싶어요. 한 달에 일주일 정도 한국에 머물게 하면서 강연도 하고, 연구도 하시라고 하고요. 스쿨 만들어 줄 테니 제주도에서 올레길도 좀 걸으시라고 하고요. 그렇게 한국에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AI 분야의 이른바 ‘일리야 효과’, ‘힌튼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지수표니까 손정의 회장의 10배 되는 미래 펀드로 만들어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인재들도 문샷할 수 있게 지원하고, 미국의 유명한 AI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다면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에 기여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여러분은 손 대표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 주에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애프터 넷플릭스’의 저자 조영신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에서 작성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 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매주 수요일 발송되는 SDF 다이어리를 구독해 주세요. →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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