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화마에 숨진 초등생 고귀한 희생…뇌사 장기기증 13년 만에 최소

유영규 기자

입력 : 2025.03.05 08:32|수정 : 2025.03.05 08:32


▲ 화재로 숨진 A 양

열두 살 초등학교 5학년 A 양은 방학이던 지난달 26일 인천의 집에 혼자 있었습니다.

당시 A 양의 어머니는 식당에 출근했고, 아버지는 신장 투석을 받느라 병원에 있었습니다.

부모 없이 집을 지키던 A 양은 당일 빌라 화재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병원에 옮겨진 뒤 뇌사 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닷새 만인 지난 3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족은 의료진으로부터 A 양의 사망 판정 소식에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딸이 수의사를 꿈꿨는데 좋은 일을 하고 떠난 착한 아이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좋겠다"는 뜻에서였습니다.

A 양처럼 대가 없는 생명 나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지만, 실제로는 뇌사 장기 기증자나 기증을 희망하는 사례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5일)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현재 장기 기증이나 뼈, 연골, 피부 등 인체 조직의 기증 희망자는 총 11만 7천206명입니다.

1년 전(13만 9천90명)보다 16% 줄어든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장기 기증 희망자는 8만 3천362명에서 7만 563명으로, 조직 기증 희망자는 5만 5천728명에서 4만 6천643명으로 각각 15.6%, 16.3% 감소했습니다.

뇌사 장기 기증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는 모두 397명으로, 가장 많았던 2016년(573명)에 비해 30.7% 감소했습니다.

뇌사 장기 기증자는 2018년(449명)에 500명 아래로 내려갔고, 2023년(483명)에 다시 500명에 근접했지만, 지난해 400명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한 해 뇌사 장기 기증자가 400명을 밑돈 건 2011년(368명) 이후 13년 만입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2022년에도 405명으로 줄었다가 이듬해 다시 늘었다"며 "지난해 감소 배경을 분석 중이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져 온 의료 공백이 이런 상황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률은 9.32%로, 미국(48.04%)이나 스페인(49.4%) 등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2023년 한 해 장기 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천907명으로, 하루에 7.96명꼴로 숨을 거뒀습니다.

(사진=A 양 유족 제공,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