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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탁자가 관리비 부담' 신탁계약, 제3자에겐 효력 없어"

이현영 기자

입력 : 2025.03.03 09:10|수정 : 2025.03.03 09:10


▲ 대법원 현판

부동산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신탁부동산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됐더라도, 수탁자가 이를 근거로 제3자에게 관리비 납부 책임을 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경기 시흥의 한 집합건물 관리단이 A 신탁사를 상대로 낸 관리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3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사는 해당 건물을 소유한 B 시행사와 신탁계약을 맺으면서 "위탁자(B사)는 건물의 보존·유지· 수선 등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세금과 공과금 등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신탁계약서는 신탁원부에 포함돼 등기부에도 편철됐습니다.

그러나 B사가 2019년 11월∼2020년 10월분 1년 치 관리비 774만 원을 내지 않자, 원고인 건물 관리단은 B사뿐 아니라 부동산 수탁자인 A사를 상대로도 관리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A사 역시 해당 부동산의 대내외적인 소유자이므로 B사와 함께 체납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었습니다.

1·2심은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하기로 한 신탁계약을 근거로 B사가 체납 관리비를 전부 지급해야 하고 A사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돼 등기됐기에 A사는 이를 들어 관리비 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탁 계약을 등기했다고 해서 계약서에 담긴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신탁법 4조 1항이 '신탁 등기·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별되는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대항할 수 있을 뿐 그 밖의 신탁계약에 따른 사항까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신탁계약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사건 관리비의 성격, 원고의 관리단 규약 등을 심리해 피고가 관리비를 부담하는지를 판단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만약 피고에게 관리비 부담 의무가 있다면 관리비 지급을 명했어야 한다며 원심법원이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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