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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10분간 '파국'…"당했다" 무슨 대화 오갔길래

조지현 기자

입력 : 2025.03.01 11:49|수정 : 2025.03.01 15:40


▲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고성 끝에 파국으로 끝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밴스 부통령이 던진 미끼를 물어 사태가 악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참고 넘기지 못하고 발끈하면서 언쟁이 시작됐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됐다는 것입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양측 간 회담이 초반 40여분 간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막판 10분 동안 파국으로 내몰렸다고 전했습니다.

한 미국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어투로 왜 정장을 입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의 옷이 마음에 든다"고 옹호할 만큼 분위기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러시아와 외교를 하는 것이라고 대화에 끼어들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습니다.

젤렌스키는 이 말을 그냥 넘기지 않고 "무슨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후 밴스 부통령이 발끈하면서 대화의 분위기가 험악해졌습니다.

양측은 결국 예정됐던 식사도 함께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헤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파국의 원인을 젤렌스키 대통령 탓으로 돌렸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부통령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러분은 좋은 바다가 있고 지금 (위험을)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 느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패착이었다고 짚었습니다.

평소 미국과 유럽 사이에 대서양이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꺼내 든 것이 그의 화를 돋웠다는 것입니다.

BBC는 이전까지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사이에만 국한됐던 충돌이 이 발언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상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을 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넘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친트럼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끼를 물지 말라"고 조언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이엄 의원은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라"고 충고했었다며 "이제는 젤렌스키와 다시 거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치닫자 회담에 배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우크라이나대사가 절망에 빠진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양측 정상이 충돌하자 놀란 듯 손을 들어 입을 막았고 이마를 짚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우크라이나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악시오스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원조에 기대고 있으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 상황을 바꿀 '카드'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습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정직해야 한다.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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