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
재작년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리스 최악의 열차 참사 2주기를 맞아 그리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벌어졌습니다.
현지 시간 28일 그리스 전역에서 시민 수십만 명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전국적으로 경찰 추산 약 3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그리스 현지 언론은 이번 시위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전했습니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며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 사태가 발생해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열차 사고로 57명이 사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진상 규명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40명 이상이 기소됐으나 유죄 판결을 받은 책임자는 아직 없습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연말에나 시작될 예정입니다.
야당은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다음 주에 내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사고 현장 처리 과정에서 증거가 훼손됐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별도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사고 이후 정부가 증거를 조작·은폐하고 조사 속도를 늦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정부 정서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그리스 국민의 82%가 이번 열차 참사를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또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66%는 사고 조사 과정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날 시위와 함께 그리스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24시간 시한부 파업에 동참하면서 항공편 운항은 물론 해상과 기차 운송도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의사, 변호사, 교사들도 추모의 뜻을 표하기 위해 일손을 놓았습니다.
지난 2023년 2월 28일 밤 11시 20분쯤 승객 350명을 싣고 아테네에서 테살로니키로 향하던 여객 열차가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화물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57명이 숨진 이 사고는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이 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들이었기에 국민적 분노를 더욱 키웠습니다.
전날 공개된 사고 원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노후한 철도 시스템과 역장의 판단 오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정부가 철도망을 현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날 밤, 우리는 국가의 거울에서 가장 추한 얼굴을 보았다"며 "치명적인 인재가 오랜 국가적 부실과 맞물렸다"고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