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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노답'인 중증외상센터…자격 포기하는 전문의 늘었다 [스프]

안혜민 기자

입력 : 2025.02.28 09:00|수정 : 2025.02.28 09:00

[오그랲]


오그랲 썸네일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다섯 가지 그래프로 설명하는 오그랲, 오늘의 주제는 '권역외상센터'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한동안 인기였습니다. 슈퍼 히어로 같은 능력을 가진 천재 외상 외과 전문의 백강혁 교수가 중증외상센터에서 겪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설 연휴를 거쳐 2월 15일까지 22일 연속으로 넷플릭스 TOP 1위를 독주할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정주행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건 이렇게 판타지적인 인물이 있더라도 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유지해 나가기가 참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그랲에선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이 얼마나 참혹하고 힘든지 5가지 그래프를 가지고 풀어보려고 합니다.
 

Graph 1. 1년에 9,112명의 중증외상환자가 외상센터로 간다

등산객이 7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추락 환자를 발견한 사람들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은 추락 환자의 상황을 살핍니다. 환자가 추락한 높이도 상당하고, 맥박도 불규칙하고, 구출까지 시간도 꽤 소요되었기 때문에 구급대원은 이 환자를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해 이송을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 다행히 30분 만에 환자는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했고, 의료진은 신속히 환자를 받아, 수술 준비에 돌입합니다.

이렇게 권역외상센터에 온 중증외상환자는 2023년에만 모두 9천112명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환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국가응급치료정보망 NEDIS로 전송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권역외상센터로 온 외상 환자는 KTDB라는 외상등록체계로 관리됩니다. 그래서 그 혼돈이 가득한 병원에서도 9천112명이라는 숫자를 정확히 집계할 수 있는 거죠.

외상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우리 몸이 다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증외상은 그 외상 가운데서도 심각한 경우를 말하고요. 엄밀하게는 손상중증도 점수 ISS가 16점 이상인 경우를 중증외상으로 분류합니다. ISS는 우리 신체를 6개 부위로 나누어서 각 신체 부위별로 얼마나 심하게 손상되었는지 점수화한 겁니다. 추락사고나 교통사고 같은 사고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가 한꺼번에 손상된 환자, 혹은 여러 부위가 아니더라도 손상 정도가 심각해 생명에 직결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인 환자들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됩니다.

이렇게 분류된 중증외상환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로 살펴보겠습니다.

오그랲
2023년 외상센터로 온 중증외상환자 9천112명 가운데 사망자는 1천755명입니다. 2023년 중증외상환자 치명률, 그러니까 사망률은 19.3%로 계산되죠. 2018년부터 살펴보면 중증외상환자는 6년 사이 813명 늘어났고 사망자는 257명 늘어났습니다. 치명률은 2018년 18.1%에서 2023년 19.3%로 1.2%p 더 늘었습니다.

권역외상센터에서는 365일 1년 내내, 그리고 24시간 하루 종일 전문 외상팀이 상주하면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모두 17곳. 세종을 제외하고 모든 시도에 1개 이상씩 위치해 해당 권역에서 발생하는 중증외상환자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권역외상센터가 들어선 건 2014년.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으로 그렇게 역사가 길지 않아요. 권역외상센터 설립이 법제화된 건 2012년인데요. 2011년에 아덴만 여명 작전 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아주대학교병원의 이국종 교수가 살려내면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결국 법안이 통과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거죠.

이국종 교수의 헌신은 여러 메디컬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들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Graph 2. 죽을 뻔한 환자를 살리는 권역외상센터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권역외상센터 덕분에 수많은 환자들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데이터로 봐보겠습니다. 외상진료체계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지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입니다. 이 수치는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들 중에 만약 치료를 제때, 제대로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환자의 비율을 나타낸 겁니다. 이 숫자가 낮으면 낮을수록 외상 환자 진료체계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는 이 사망률을 가지고 그려봤습니다.

오그랲
1997년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50.4%였습니다.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 가운데 절반은 살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부터는 30%대를 유지하는 모습이고요. 권역외상센터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2015년부턴 보건복지부에서 2년마다 전국 단위로 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 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5년 30.5%에서 2021년엔 13.9%까지 절반 넘게 줄어든 겁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대한민국 응급의료시스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모든 중증외상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가는 건 아닙니다. 2014년부터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중증외상환자들이 신속히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환자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고 있거든요.

이번엔 응급의료센터와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중증외상환자들까지 포함해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살펴볼 데이터는 '외상생존지수'입니다. 외상생존지수는 기대되는 생존자 대비 실제로 생존한 환자의 규모를 나타낸 건데요. 기대치보다 실제 생존한 환자가 적으면, 즉 환자를 더 못 살렸다면 생존지수가 마이너스고, 반대로 기대치보다 실제 생존한 환자가 많으면 숫자가 플러스가 됩니다.

오그랲
대한민국의 외상생존지수를 그려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증가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어요. 2015년 마이너스였던 외상생존지수는 이후 조사에선 계속 플러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즉, 기대치보다 실제 생존한 중증외상환자가 더 많다는 거죠.

생존지수의 상승을 이끄는 건 바로 권역외상센터입니다. 권역외상센터의 외상생존지수는 2015년 이래로 계속 0보다 큰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다른 응급의료기관에서의 상황이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전체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지수 평균의 상승은 권역외상센터가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Graph 3. 센터에 1시간 안에 도착하는 환자는 10명 중 4명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건 뭘까요? 바로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환자의 생존 확률은 희박해집니다. 특히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사고 발생 후 적어도 1시간 이내, 바로 '골든아워' 안에 수술을 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권역외상센터에 들어온 중증외상환자들 가운데 골든아워 이내에 도착한 환자는 얼마나 될까요? 오그랲 3번째 그래프입니다.

오그랲
2018년 권역외상센터로 들어온 중증외상환자 중 1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는 전체의 38.7% 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23년엔 어떨까요? 2023년에 골든아워 1시간 이내에 센터에 도착한 환자 비율은 2018년과 동일한 38.7%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점에 그 비율이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6년 평균 37.3%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습니다.

다만 도착 시간을 2시간 이내로 넓혀보면 2018년 58.0%에서 2023년 64.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골든아워 이내에 도착하는 환자의 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즉, 과거보다 상황이 현저히 좋아졌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겁니다.

도서 산간 지역의 환자를 신속히 이송하기 위해 도입한 닥터헬기도 열심히 활약 중인데요. 전국에 8개의 닥터헬기가 2023년에만 총 1천550명의 환자를 이송했습니다.
 

Graph 4. 자살로 권역외상센터 찾는 10대, 5년 새 2배

권역외상센터에 오는 중증외상환자 데이터를 살펴보니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데이터 중 하나인 자살의 심각성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자해와 자살로 인해 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엔 전체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1.7% 수준이었는데 2023년엔 3.1%로 거의 2배에 가깝게 늘어났습니다. 서울 권역외상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입원한 환자의 약 10%가 자살 기도 환자였다고 할 정도죠.

그중에서도 10대와 20대의 상황이 심각한데요, 오그랲 4번째 그래프입니다.

오그랲
외상센터에 오는 전체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10대, 20대 비율은 합쳐서 10%~11% 정도밖에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자해와 자살로 인해 외상센터로 온 경우만 따로 본다면 어떨까요? 10대와 20대의 비율이 지난 5년 평균 39.1%로 급증합니다. 자해, 자살로 외상센터를 찾은 10명 중 4명이 10대와 20대라는 의미인 거죠.

그중에서도 10대의 증가세가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2019년엔 10대 청소년 중증외상환자 100명 중 7명만 자해, 자살이 원인이었다면 5년 사이 그 비율이 100명 중 17명으로 급증하였습니다.

오그랲
2023년 대한민국 자살률은 27.3명.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이 수치는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죠.

게다가 10대부터 30대까지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저연령층에서 자살은 매우 심각한 문제죠. 세계적으로 청소년 자살률은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1020 중증외상환자 가운데 자살과 자해로 인한 환자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거고요.
 

Graph 5. 갈수록 줄어드는 외상 전문의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권역외상센터에 외상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순환기내과 등 각 과의 의사가 상주해야 합니다. 자살로 인한 중증외상환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신의학과와의 연계도 추가로 필요하겠죠. 그러려면 인력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상황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2023년 전남 권역을 담당하는 목포한국병원 외상센터 전문의는 단 5명. 5명의 전문의들은 365일 동안 3천22명의 외상 환자를 진료했고, 그중에서도 상태가 심각한 중증외상환자 559명을 치료했습니다. 이런 고된 환경에 노출된 건 목포한국병원뿐이 아닙니다. 전국 17곳의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죠.

문제는 해마다 권역외상센터 근무를 자처하는 의사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는 외상 전문의 데이터입니다.

오그랲
첫 시작은 좋았어요. 권역외상센터 개소에 맞춰서 외상 전문의 제도가 시작되었는데, 2011년 당시 배출된 외상학 세부 전문의는 모두 86명이나 되었거든요. 하지만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외상 전문의 규모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0년 한 해엔 딱 6명만 배출되기도 했죠. 그렇게 2025년까지 배출된 외상 전문의는 모두 384명입니다.

하지만 2024년 8월 기준으로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전문의는 188명에 불과합니다. 업무 환경이 녹록지 않으니까 어렵게 외상 전문의 자격을 따고도 그 자격을 포기하는 의사가 늘고 있는 겁니다. 올해 외상 전문의 자격 갱신율은 20.7%로 역대 최저 수치입니다.

그래도 뜻있는 외상 전문의를 길러내기 위해선 관련된 교육 시설을 운영해 인력을 양성해야 할 텐데 올해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0원입니다. 0원. 작년에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이 8억 8천800만 원이었고 외과계 전공의 등 전문외상교육 예산까지 합치면 15억 1천300만 원이었는데 올해 두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어요. 그 결과로 고려대구로병원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운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죠.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주장했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아닌 정부여당이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고 반박했죠. 앞서 보고서에서 살펴봤듯이 애초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인력 양성 예산이 담기지 않았어요.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업 예산을 늘리기로 의결했지만, 최종안에서는 반영되지 않아서 제로가 된 거죠.

결국 서울시의 재난관리기금이 투입되면서 구로병원의 전문의 수련센터는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건비 보조금을 늘리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작년에 잡아놓은 인건비 보조금이 1명 당 1억 4천400만 원 총 209명 몫으로 300억 넘게 예산을 잡아 두었는데 권역외상센터에선 보조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담 전문의를 다 채우질 못했어요.

오그랲
보시다시피 전국 17개 센터 가운데 가천대길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아주대병원, 제주한라병원을 제외한 14곳은 인력 운영 계획에 미달했습니다. 정부 보조금이 있어도 지원한 의사가 없으니 예산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인 거죠. 가장 인력이 많은 아주대병원이 21명의 전문의로 돌아가고 있는데, 외상 전문가들은 한 센터당 적어도 25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줄이고 줄여 최소 TO인 20명이 넘는 병원이 아주대병원 한 곳에 불과한 상태이고, 원광대병원은 4명이서 일을 하고 있을 정도니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겁니다.

정부도 더 나은 당근을 추가로 제시하고 있어요. 일단 2025년 예산에선 인건비 보조금을 1천600만 원 더 올려서 인당 1억 6천만 원으로 책정했죠. 하지만 과연 이 정책만으로 의사들이 권역외상센터 근무를 선택할지는 의문이 듭니다.

만약 백강혁 같은 슈퍼 히어로 의사 쌤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다면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쉽게 '네'라고 대답하기 힘들 겁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시스템과 정책을 통한 해결보다는 의사의 책임감과 사명감에 기대고 있는 듯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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