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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4년 차 접어든 러시아, 70대까지 최전선 투입

김영아 기자

입력 : 2025.02.25 17:40|수정 : 2025.02.25 17:40


▲ 러시아 군인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는 병사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50대와 60대는 물론 70대마저 최전선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현금과 채무탕감 등을 대가로 자원입대를 유도하자,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주겠다며 스스로를 희생하는 은퇴 연령대 남성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현지시간 25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언론 메디아조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전날 러시아군 사상자 발생 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처음으로 전면 공개했습니다.

메디아조나가 영국 BBC방송 러시아어 서비스 등과 함께 러시아 내 신문에 실린 부고 등 공개정보를 분석한 이 자료는 지난 3년간 확인된 거의 10만 명에 이르는 러시아군 전사자의 신상이 담겨있습니다.

이 중 7만 명가량은 사망 당시 연령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는 특수부대와 정규군 병사들이 전사자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가을 예비군 30만 명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내려진 뒤에는 평균 30대 중반의 예비군 전사자가 늘어나다가, 2023년 초부터는 각지 교도소에서 징집한 죄수병과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비롯한 민간군사기업(PMC) 용병들이 전사자의 주류가 됐습니다.

하지만, 전쟁 3년 차에 들어서면서는 40대를 훌쩍 넘기는 나이대의 '계약병' 전사자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첫해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가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젊은이들이 국외로 도피하는 등 역풍에 직면했습니다.

그러자 이후로는 거액의 보너스와 후한 임금, 채무탕감 등 조건을 내걸고 자진해서 입대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해 왔는데, 갈수록 이런 식으로 충원되는 병사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메디아조나의 분석입니다.

러시아 내에서 자원입대에 따른 혜택이 가장 후한 지역으로 알려진 사마라주에서는 자원입대 시 이달 기준 약 6천500만 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마라주의 주도 사마라에서 침실이 딸린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약 8천5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사마라 지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현재 약 106만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스크바는 자원입대 혜택이 약 3천200만 원입니다.

메디아조나가 수집한 자료를 보면 계약병 전사자 가운데 사망 당시 50세 이상이었던 경우가 4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정규군 및 예비군 전사자(500명)나 죄수병 전사자(869명)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병사들의 평균 연령이 43세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개전 초에는 많은 젊은이가 자발적으로 총을 들었으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막대한 사상자가 나면서 추가 모병이 힘들어진 결과입니다.

일각에선 뇌물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하거나 후방에서 복무하는 젊은이가 늘면서 소득 수준이 낮은 시골 출신의 중년 남성들이 대거 징집돼 일선에 투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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