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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머스크는 사실 권한이 없다...모두가 속고 있는 말장난"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5.02.25 09:01|수정 : 2025.02.25 09:01

[뉴욕타임스 칼럼] Pay Attention to the Words Elon Musk Uses With DOGE by Nicole Gelinas


0225 뉴욕타임스 번역 썸네일
 

* 니콜 겔리너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단어를 쓰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부처명에 사용된 단어 네 개 중 세 개가 의도적으로 착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DOGE는 부처(department)가 아니며, 정부(government)의 효율(efficiency)에 초점을 두는 곳도 아니다.

테크 업계가 줄곧 진실이라고 주장했지만, 알고 보니 진실이 아니었던 것들이 있다. 우버는 차량 '공유(sharing)'를 앞세웠다. 나눠 쓰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우버가 앞세운 이 개념에 미디어는 물론 미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 도시 및 국가 규제당국은 '차량 공유'가 실제로는 수십 년에 걸쳐 승객의 안전과 교통 체증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만들어진 법과 규제를 피해 가기 위한 주문형 택시 서비스라는 사실을 간과하게 됐다. 에어비앤비는 '손님(guest)'을 집에 '초대(hosting)'한다는 컨셉을 내세워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갔다. 실제로는 세계 여러 도시의 주택 공급분의 상당량이 실질적인 호텔방, 그것도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는 호텔방으로 둔갑해버렸다. 언어의 독창적인 사용과 오용이 빅테크 기업의 여러 성공 사례를 가능케 한 셈이다.

이제 머스크의 '부처'가 취하는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함정이 빠지고 있다.

우선 '부처'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머스크의 DOGE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모호한 표현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부처'라는 단어는 매우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의회가 만든 정부 기관으로, 상원의 공개 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사람을 수장으로 두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와 트럼프의 법률 고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DOGE라는 '부처'를 탄생시킨 행정명령의 세부 조항을 잘 살펴보면 DOGE는 기존 기관인 '미국 디지털 서비스(United States Digital Service)'가 간판을 바꿔 단 기관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DOGE에 '부처(department)'라는 이름을 달아주는 것은 이 기관에 실재하지 않는 무게를 부여한다.

둘째, '정부 효율'이라는 개념을 보자. '차량 공유'나 '손님 초대'처럼 트집 잡기 어려운 말이다. '효율'이라는 단어는 초당적이고 중립적이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잘하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문제는 DOGE가 효율성에 집중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처럼 의회가 만들고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을 방해(disrupt)하는 것은 그 기관의 효율을 높이는 거라고 볼 수 없다.

사실 '방해(disrupt)'라는, 테크 업계가 좋아하는 이 단어야말로 DOGE가 USAID에게 한 짓을 설명하는 데 적격이다. '폐쇄(shut down)'나 '폐지(abolish)'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국제개발처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같은 기관을 폐지할 수 없다. 그 권한은 의회에만 있다.

DOGE의 행태를 보면 머스크, 또는 머스크의 법률 자문팀은 그런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와 소비자금융보호국 모두 의회의 승인을 받았지만,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의회는 USAID를 "독립적인" 기관인 동시에 "국무부 소속"으로 정의하고 있고, 소비자금융보호국도 의회 세출에 의존하는 대신 연방준비은행에 자금을 요청해야 하는 이상한 자금 조달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모든 말장난과 세부적인 내용은 모두 중요하다. 머스크가 트럼프와 의회로부터 정치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전히 기존의 방식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른바 '테크 브로(tech bros)'들은 정부에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자금을 끊을 수도 없고, 정부 부처를 신설하거나 폐지할 수도 없다. 그런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오직 의회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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