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TV씨네멘터리] 아카데미 다관왕 후보 '브루탈리스트', '캡틴 아메리카:브뉴월' 100만 돌파

이주형 논설위원

입력 : 2025.02.21 16:53|수정 : 2025.02.21 22:58

'브루탈리스트', '히어',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 '정돌이', '퇴마록'

동영상

요즘 어떤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지 극장가 흥행 순위부터 알아볼까요?
네, 벌써 2월 넷째주입니다. 오늘의 박스오피스 순위 보시겠습니다. 먼저 1위부터 5위까지 입니다.

마블 신작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가 지난 주 개봉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히트맨2”가 2위와 3위를 차지했는데, “히트맨2”는 꽤 오랫동안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전작의 흥행 기록을 넘어선 250만 관객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4위는 막 개봉한 패딩턴, 5위는 2주 만에 거의 10만 관객을 추가한 “서브스턴스”입니다. 

6위부터 10위 보여주시죠. 

6위와 7위는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차지했고요, 애드리안 브로디 주연의 “브루탈리스트”가 예술영화로는 괜찮은 성적을 거두며 8위에 포진했습니다. 이번 주 개봉한 한국 영화 “써니데이”가 10위 올랐네요. 지금까지 오늘의 박스오피스였습니다.

Q. 오늘 첫 번째로 소개해주실 영화는 뭡니까?
“브루탈리스트”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약 2주 뒤로 다가온 98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강력한 수상 후보로 올라서 다관왕이 유력시되는 작품이구요,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고 골든글로브에서도 3관왕에 올랐습니다. 한마디로 작품성을 공인을 받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브루탈리스트’가 무슨 뜻인가요?
‘브루탈’이 영어로는 잔인한다는 뜻이어서, 잔인한 사람이란 뜻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고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를 추구하는 건축가, 라는 의미입니다.
브루탈리즘은 세계적으로 1950년부터 70년대까지 유행했던 건축 양식인데요, 고전적인 양식이나 장식 등을 배제하고 기능주의적인 건축, 재료의 물성을 강조하는 기념비적인 건축을 추구했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건물이나 카페에 가보면 밖은 물론이고 안에도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하는 스타일을 많이 보잖습니까. 브루탈리즘의 영향이라고 보면 됩니다. 
쉽게는 1981년에 준공돼 과거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불렸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브루탈리즘 건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어떤 영화길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건축 이야기인가요?
건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라기보다는 나치에 쫓겨 미국으로 이주한 한 헝가리 유대인 건축가의 미국 정착기입니다. 전기 영화의 구성을 하고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감독이 창조한 허구의 인물입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명망있는 건축가였던 라즐로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친척이 있는 미국으로 탈출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라즐로를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노숙자 쉼터에서 자고 막노동도 하는데요, 우연찮은 기회에 한 미국인 부호의 눈에 띄어서 그 집안의 큰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됩니다.

이 미국인 부호는 처음에는 라즐로의 건축가적 능력과 교양을 높이 사서 저택에 숙소를 마련해줄 정도로 잘 대해주는데요, 날이 갈수록 이방인인 라즐로를 무시하고 건축비를 후려칠 생각을 합니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한 예술가가 속물 자본가를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 영화의 감독인 브래디 코베는 이 영화를 “파시즘으로부터 도망친 남자가 자본주의를 맞닥뜨리는 이야기”라고 정의했습니다. 

남자 건축가 라즐로는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 애드리안 브로디가 연기해서 호평을 받았는데요, 22년 만에 다시 한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배우는 말론 브란도, 더스틴 호프만, 잭 니콜슨, 톰 행크스 등이 있습니다.

Q. 그런데 이 영화에 인터미션이 있다면서요?
네. 영화가 시작한 지 1시간 40분쯤이 지나면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습니다. 전체 러닝 타임 3시간 35분에 이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이 때를 기점으로 영화의 내용이 전환점을 맞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998년 대한극장에서 70mm 필름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봤을 때가 마지막 인터미션 경험이었던 것 같은데 실로 오랜만에 인터미션이 있는 영화를 보게 되니까 새로웠습니다. 인터미션 길이는 필름 한 릴의 길이와 같은 15분입니다. 

인터미션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1950년대에 개발된 비스타비전이라는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했습니다. 35mm 필름을 90도 옆으로 돌려서 두 장을 이어붙인 큰 사이즈의 필름으로 촬영하는 방식인데요, 해상도가 뛰어나고 50mm 표준렌즈로 가까이서 건물을 찍어도 충분한 화각이 확보되는 포맷이기 때문에 감독이 이 카메라를 선택했습니다. 이 카메라로 찍으면 70mm로 인화해서극장에 걸 수가 있거든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70mm 극장에 걸렸었구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70mm 필름 상영이 가능한 극장이 단관 시절의 대한극장을 마지막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이 최적화된 상영 형태로는 관람이 불가능합니다.

Q. 자, 다음 영화로 가보죠.  아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얘기를 할 때 잠깐 언급됐던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가 나왔네요?
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배우 중에서도 2년 연속 받은 배우는 1930년대의 스펜서 트레이시와 1990년대의 톰 행크스, 이렇게 단 두 명뿐입니다. 톰 행크스를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영화라면 아무래도 “포레스트 검프”를 들 수 있겠죠.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는 바로 그 “포레스트 검프”의 제작진이 30여년 만에 뭉친 “히어”라는 작품입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에릭 로스 각본가, 남녀 주연 배우인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가 그 멤버 그대로 다시 뭉쳤습니다.

Q. “히어”라면 ‘여기’라는 뜻인데, 어떤 내용의 영화입니까
미국의 한 터에서 수십억년 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하나의 카메라 앵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그렇고, 주요 이야기는 한 부부가 거의 평생을 한 집에서 살면서 겪은 희로애락을 오로지 집 거실에 고정해놓은 카메라 한 대로 찍어 세월을 비선형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주는데요, 일단 영화를 하이라이트로 1분 정도 보시죠. 그게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톰 행크스는 화가를 꿈꿨지만 결혼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장인으로 평생을 일합니다. 여자친구 역의 로빈 라이트 역시 갑작스레 임신을 하면서 변호사의 꿈을 포기하고 시부모집에서 살림살이를 도맡으면서 아이들을 키웁니다.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나고, 부모님은 병들고 늙어가다가 세상을 떠나고 딸은 어느덧 성인으로 성장하고, 그렇게 아주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치 모자이크처럼 구성한 화면 속에서 세월의 덧없음을 표현해내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면서 마침내 우리가 지구의 먼지와 같은 존재임을 그리고, 지금 이순간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가슴으로 일깨워줍니다.

Q. 그런데 톰 행크스는 지금 일흔이 다 됐는데 젊은 시절은 어떻게 연기한 건가요? A.I.가 쓰였나요?
네, A.I. 기술이 쓰였는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소위 ‘디에이징’ 기술은 영화를 촬영한 뒤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하는 거였잖습니까. 그런데 “히어”에 쓰인 ‘메타피직 라이브’라는 디지털 메이크업 기술은 영화를 촬영하고 나중에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배우의 얼굴을 젊은 시절로 보여주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톰 행크스가 영화를 찍으면서 듀얼 모니터로 실시간으로 원본 영상과 디에이징된 영상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우가 영상을 보면서 자세와 표정 등을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첨단 기술이 쓰였지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답게 영화 내용 자체는 클래식하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로 추천합니다.

Q. 다음은 오랜만에 마블 영화로군요. 지금 박스오피스 1위죠? 캡틴 아메리카가 다시 돌아왔네요.
네, 제목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1940년 탄생한 마블의 원로급 슈퍼 히어로 캐릭터지요. 슈퍼 솔져 혈청을 맞아서 인간으로서 최고 능력치를 보여주는 일종의 초인인데요, 그동안 마블 실사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해왔던 크리스 에반스가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은퇴를 하고 그동안 팔콘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던 앤서니 매키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등장합니다.
사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에서 이른바 ‘MCU’, 즉 마블 영화 세계에 속하는 영화들의 줄거리를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매번 고민이 많이 됩니다. 마블코믹스의 세계가 만화와 실사 영화, 시리즈 다 합치면 끝이 없을 정도로 편수가 많고 줄거리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영화는 슈퍼 혈청을 맞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인간에 가까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초대 캡틴 아메리카로부터 받은 비브라늄 방패와 팔콘 특유의 윙 수트를 입고 국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하는 장군 출신의 대통령 로스는, 영화 중에 레드 헐크로 변하기도 하는데요, 이 레드 헐크와 캡틴 아메리카가 벌이는 한바탕 결투 액션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최근 마블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개봉 첫 주말 이미 글로벌 박스 오피스 성적에서 제작비를 회수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오늘 오전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지금까지는 상당히 선전했는데,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두루 나오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과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 소개해주신다고요?
네, 먼저 소개해드릴 “정돌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영화적 만듦새를 논하기에 앞서서 실화인 소재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80년대 후반에 고려대학교 학교 안에 한 가출 청소년이 살았습니다. 가정 폭력에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온 14살 송귀철씨가 청량리역전을 배회하다가 한 고대생의 눈에 띄어 우연히 고대에 들어오게 된 건데요, 오갈 곳 없는 그는 정경대 학생회실에서 자고 고대생 형, 누나들이 사주는 밥을 얻어먹으면서 아예 학교에 눌러앉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학생 시위에도 나가게 되고, 농악대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인생을 경험하고 성장해나갔는데요, 학생들은 그를 본명 대신에 ‘정돌이’라고 부르면서 학내에서 유명해졌고, 나중에는 신문에 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이제는 오십줄에 접어들어 한 풍물패의 대표가 된 정돌이 송귀철씨가 회고하는 80년대 후반 대학 사회와 한국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엄혹한 군사 정권에서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희생했던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정돌이와 당시 학생 운동을 했던 고대생의 입을 빌어 전하고 있는데요,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나중에 빛을 보거나 한몫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평범한 학생들의 후일담을 잔잔하게 펼쳐보입니다.

  마지막으로, 1993년 하이텔 웹 소설로 시작해 나중에는 책으로 나와 1000만부가 팔린 유명한 소설, 한국 오컬트의 원조,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개봉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1990년대의 대중 문화 작품이라 1998년에도 실사 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있는데, 원작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이번에는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가 직접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수백 년간 은거하던 해동밀교의 교주가 생명을 제물로 바쳐 절대 악의 힘을 얻으려고 하고 해동밀교의 다섯 호법들로부터 호출을 받은 파문 신부 박윤규를 비롯한  퇴마사들이 교주에 맞선다는 이야기입니다. 방대한 원작 소설의 도입부를 간추렸는데, 원작이 나온 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현 시대에 맞게 캐릭터를 그리고, 책 출간 당시에는 없던 스마트폰이 나오는 등 시대를 반영하는 요소를 집어넣었습니다.
 
※ 텍스트 기사와 라이브 방송 내용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