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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8명 목숨 잃었다…폭풍이 부른 '죽음의 나비효과'

서동균 기자

입력 : 2025.02.20 21:12|수정 : 2025.02.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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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월도 끝을 향해 가는데 추위가 여전합니다. 다음 주 초까지는 이렇게 계속 춥다가 그 이후에나 날이 좀 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 주변 나라에도 2월에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가 뭘지, 서동균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북위 78도, 우리나라의 다산 과학기지가 위치한 노르웨이 스빌바드 제도.

강한 눈보라가 몰아칠 시기인데, 올해는 비가 내렸습니다.

[강효진/극지연구소 해양대기본부 연구원 : 겨울인데 북극에서 비가 온다는 경험이 좀 생소했고, 장갑을 끼지 않아도 그렇게 춥다 이런 생각은 잘 안 했거든요.]

북극의 2월 기온은 보통 영하 10~20도 정도인데, 영상으로 치솟은 겁니다.

북극의 이상고온은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중위도 저기압, 즉 '폭풍'의 영향입니다.

[우진규/기상청 통보관 : (대서양에서 발생한) 저기압 소용돌이가 굉장히 크게 발달하면서, 두 번에 걸쳐서 이 북극을 중심으로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북극에 중위도 폭풍이 들어가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폭풍은 그 자체로 북극 기온을 높이기도 하지만, 강한 바람으로 '해빙'을 부숴 바닷속에 갇혀 있던 열을 방출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폭풍이 오기 전후의 위성 사진을 보면 해빙이 줄어든 모습이 확연하게 확인됩니다.

북극의 찬 공기는 온도 차로 생기는 온도풍, 즉 '제트기류'에 의해 평소에는 북극에 갇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폭풍이 밀려오면서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찬 공기를 가두고 있던 제트가 힘을 잃게 되고 갇혀 있던 찬 공기가 저위도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이달 초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동아시아에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북극 한파로 당시 타이완에서는 하루 78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폭풍이 북극에 주는 영향이 동아시아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기후 변화로 폭풍이 발생하는 위치는 점점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북극까지 밀려가는 폭풍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김백민/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 지구 온난화에 따라서 북극의 해빙이 너무 약해져 있고 굉장히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부서지는 형태로.]

북극 기온이 불안정해지면 올겨울 동아시아에 몰아친 한파처럼 다양한 이상 기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영상취재 : 제 일·하 륭,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김한길·방민주·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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