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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빈틈을 노리는 중국...기후위기 영향력 커질까? [스프]

안혜민 기자

입력 : 2025.02.21 09:02|수정 : 2025.02.21 09:02

[오그랲]


오그랲 썸네일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다섯 가지 그래프로 설명하는 오그랲, 오늘의 주제는 '팀플 빌런' 트럼프입니다. 80억 지구인들의 팀플 '기후위기 대응'을 이끌던 미국의 수장이 바뀌었습니다. 대다수 국가들 모두 기후위기 대응이 어려운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 할 방향이란 걸 알고 있죠. EU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아닙니다. 다시금 미국의 키를 쥔 트럼프는 기후위기 대응 흐름에 역행하겠다고 다시 또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조별과제 잘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 글로벌 기후 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5가지 그래프를 가지고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Graph 1. 트럼프의 'Drill Baby Drill'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의 핵심 캠페인이었던 ‘Drill Baby Drill’은 기어이 취임식 연설에도 등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비상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석유와 가스를 시추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트럼프가 다시 화석연료를 열심히 뽑아 쓰겠다고 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미국에 화석연료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죠. 미국이 괜히 방장 사기맵 소리를 듣는 게 아닙니다. 원유 생산량도 1위, 석탄 매장량도 1위, 천연가스 생산량도 1위인 미국 입장에서 가용하기 좋은 화석연료를 쓰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전임 대통령인 바이든의 환경 정책을 무력화하는 행정명령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1기 행정부 때에 이어 파리기후조약을 다시 또 탈퇴하게 되면서 미국은 다시 또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묶이게 되었습니다. 이 네 국가만이 파리기후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미국 최대 야생보호구역인 알래스카의 북극곰 서식지에서도 석유와 가스 개발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고요, 전기차와 태양광의 보조금도 줄이고 신규 풍력 발전 프로젝트도 중단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는 미국의 에너지입니다.

오그랲
2023년 미국의 에너지를 살펴보면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83.9%나 됩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8.2%에 불과하죠. 1949년부터 2023년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석유와 천연가스의 증가세가 돋보이죠. 2010년대부터 석탄이 줄었지만, 재생에너지가 아닌 천연가스와 석유로 대체되었어요. 자원별 전기 생산량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도 과거보다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천연가스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트럼프는 이 흐름을 더 가속화하고 싶은 겁니다. 더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내서 미국을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거죠. 그걸 위해서 필요한 게 뭐다? "Drill Baby Drill!"
 

Graph 2. 유럽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광이 석탄 넘어섰다

반면 유럽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노선으로, 어쩌면 우리가 '정상'이라고 얘기하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노력의 결과가 데이터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오그랲
유럽의 자원별 전력 생산량입니다. 2024년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량이 석탄 전력량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10년 전엔 석탄과 태양광 발전량 차이가 7배 넘게 났습니다. 이후 석탄은 줄어들고, 태양광은 늘어나면서 2024년에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거죠. 참고로 천연가스는 5년 연속 줄어들고 있어요.

특히 이번 수치가 의미가 있는 건 유럽의 일조량이 2023년보다 2024년 더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기반 전력 생산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럽의 싱크탱크 '엠버'에서는 그 이유를 태양광 패널의 기록적인 공급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그랲
2021년부터 2023년까지 EU 태양광 시장은 매년 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유럽에 닥친 에너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EU는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의 확대였습니다. 그 결과로 2024년 유럽 전력 생산의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7%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낳을 수 있었던 건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패키지 '그린딜' 덕인데요. 유럽에선 2019년 12월에 처음으로 그린딜이 제시된 이래로 투자, 수송,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책적 기반이 갖춰지니 유럽 국가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하기가 원활해진 거죠. 그리고 그게 숫자로 나타난 거고요.

EU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미국은 다시 화석연료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엇갈린 선택에 처한 상황인데요. 정말 이렇게 흘러가게 될까요?
 

Graph 3. 트럼프의 방향 전환, 과연 가능할까?

일단 미국 상황부터 따져봅시다. 트럼프가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면서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과연 모든 구성원들이 트럼프의 방향대로 따를 것이냐는 건데요. 미국은 연방국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연방을 이루는 주가 "안 하겠다!" 선언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이미 1기 때에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오그랲 3번째 그래프는 미국기후동맹입니다.

오그랲
2017년에 파리협정을 탈퇴한 직후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 주 정부는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목표를 준수할 것을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꾸린 게 '미국기후동맹'인데요. 트럼프 임기 말까지 동참한 주 정부가 25개까지 늘어납니다. 물론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 주 정부입니다.

현재는 일부 주 정부가 탈퇴하고, 또 새롭게 가입하면서 24개의 주가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기후동맹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일단 미국 인구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경제의 60%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물론 현재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대통령 선거까지 3연승을 거두면서 시작하긴 했지만 미국기후동맹은 트럼프에게 여전히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에도 트럼프가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하자, 기후동맹의 공동의장을 맞고 있는 뉴욕주와 뉴멕시코주의 주지사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죠. 문제는 민주당 중심의 기후동맹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탐탁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IRA가 자신들의 지역구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죠.

오그랲
이번엔 지도를 조금 더 잘게 쪼개서 미 하원 선거구로 그려봤습니다. 지도에서 붉게 표시된 곳이 이번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곳이고요, 파랗게 표시된 곳이 민주당 승리 지역입니다. 그리고 얹어진 원은 친환경 관련 사업 투자액입니다. 지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공화당 지역구에서 투자받은 친환경 관련 사업 규모가 민주당의 투자액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요. 비율로 계산해 보면 전체의 73%가 공화당 선거구에서 투자될 정도죠. 이런 상황인데 트럼프가 IRA를 손 본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갸웃할 겁니다. 실제로 작년 8월엔 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IRA 세액 공제는 폐지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Graph 4. '트럼프 타고 부는 극우 바람'으로 EU도 고민

유럽도 고민이 없는 게 아닙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정책을 쏟아내자 EU 내의 극우 정당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9일엔 유럽의회에서 제3당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 PfE가 스페인에 모여 회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PfE에는 헝가리의 극우 정당 피데스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민연합,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체코의 ANO, 네덜란드의 자유당 등이 소속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EU의 그린딜을 앞다투어 비판했습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 르펜 대표는 "우리 산업의 붕괴를 가져온, 말도 안 되는 이 미친 녹색 협정을 멈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체코의 ANO 대표 역시 현재 EU가 유럽을 경제 붕괴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진 배경엔 선거가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극우 세력의 약진'이라고 할 정도인데요.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시죠. 오그랲 4번째 그래프는 유럽의회 의석수입니다.

오그랲
우선 이번 10대 유럽의회에서 1당을 차지한 건 중도우파 세력인 유럽인민당 EPP입니다. 전체 720석 중 188석을 차지했죠.

주목해야 하는 건 EPP 오른쪽에 있는 교섭단체입니다. 현재 유럽의회에서 극우로 분류할 수 있는 단체는 ECR, PfE, ESN 이렇게 세 곳인데요. 앞서 말했듯 PfE가 84석으로 3당을 차지했고 이탈리아 극우 정당이 포함된 ECR이 78석, 독일의 대표적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의 ESN이 25석을 먹었습니다. 이렇게만 합쳐도 187석으로 1당과 딱 1석 차이가 납니다. 거기다가 무소속 33석에는 신생 정당이 포함되어 있는데 극우 성향의 정당도 들어있기 때문에 다 합치면 187석보다 더 크게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유럽의회 입장에선 이미 지난 9대 의회에서도 극우파의 영향력을 체감한지라 고민이 커지고 있어요. 그린딜의 핵심 법안 중 하나였던 자연복원법은 당시 유럽의회에서 찬성 336표, 반대 300표 기권 13표로 가까스로 통과된 바 있습니다.

이번 10대 유럽의회에선 극우파가 성장한 만큼 녹색당은 의석수가 많이 줄었는데 이게 앞으로의 유럽 환경 정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물론 EU의 기후 정책 강화라는 방향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전 같은 속도감은 내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은 유럽의회의 수장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만큼 전문가들은 그린딜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폰데어라이엔 역시 발표된 공약집을 통해 EU 그린딜의 이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입장을 밝혔죠. 다만 극우 세력이 약진한 만큼 앞으로 발의될 기후 환경 정책은 통과가 쉽지 않거나 통과가 되더라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Graph 5.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재생에너지... 그리고 중국?

트럼프는 화석연료를 다시 꺼내 들었지만 그 방향 전환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유럽은 에너지 전환을 잘 이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늘어난 극우파 때문에 예전만치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기후 대응 잘 해낼 수 있는 걸까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기후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자체는 크게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크죠.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이 이미 화석연료보다 더 저렴해졌거든요.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입니다.

오그랲
이 그래프는 재생에너지가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를 나타낸 건데요. 2023년 태양광 발전은 전 세계 평균 4.4센트면 1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육상 풍력 발전은 이보다 더 저렴한 3.3센트이고요. 대부분의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의 생산 비용 영역 밑으로 떨어진 겁니다. 특히 태양광 발전 비용의 하락이 드라마틱한데요. 2010년엔 그 비용이 다른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작년 수치를 보면 정말 많이 싸졌어요.

왜 이렇게 싸졌냐 하면, 바로 중국의 영향입니다. 중국이 태양광에 투자를 엄청 했거든요.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입니다. 하지만 근래, 에너지 전환이라던가 효율화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해오고 있고 그게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과 전기차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죠. 일례로 EU의 태양광 패널은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할 정도인데요. 2023년 EU 태양광 패널의 98%가 중국산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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