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뮌헨 안보회의 젤렌스키 대통령(가장 왼쪽)과 숄츠 독일 총리(가장 오른쪽)
유럽이 미국과의 오랜 밀착관계를 보류하고 홀로서기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현지시간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라 유럽이 직면한 어려운 선택과 고통스러운 거래를 들어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연일 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전쟁 종전 방안을 두고 장관급 협상을 열었고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협상에는 유럽 국가들이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유럽이 지역 안보를 위해 수년간 지원해온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이날 회담 후 '양보'를 언급하며 유럽연합(EU)이 지역 안보를 위해 유지해온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미국의 안보동맹국과 적대 국가인 러시아가 부지불식간에 뒤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괄시가 노골화하자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독자적 대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전쟁 종식 후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수만 명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이 제기됐습니다.
평화유지군 파병은 우크라이나전 종전 후 유럽이 미국의 외면 속에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독자적으로 꺼내 들 수 있는 최후의 선택지로 거론됩니다.
그러나 실제 실행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위험한 임무에 자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유럽 각국 정상들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는 파병을 결정했다가는 총선 이후에도 새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모두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독일 숄츠 총리는 23일 총선에서 퇴진이 유력하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조기 총선에서 참패해 레임덕 상황입니다.
임기가 4년 남은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파병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년간의 군 예산 삭감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대규모, 장기간 군사 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파병에는 대규모 재정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미국의 병참 지원 없이는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이 어려울 것이라고 신문은 짚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유럽 각국의 정부를 적대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현안뿐만이 아닙니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4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극우 사상과 혐오 발언에 대한 유럽 각국의 규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독일 총선을 앞둔 시점에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만났는데, 이에 대해 유럽인들은 분노했고 특히 독일은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 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EU 등에 대해 이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만약 상호관세 등이 현실화하면 EU 경제는 더욱 타격을 받아 국방비 지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적성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속에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이 지속될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